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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나의 여행기] 전남 여수를 다녀온 조승연 변호사

    풍성한 남도 밥상에 탄성… 그림같은 풍광에는 넋을 잃어

    조승연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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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이 대사를 듣고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는 한국인이 있을까. 충무공 이순신은 동양 전체를 통틀어 최고라 할 정도로 위대한 위인이기에, 여기저기서 그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동 이름을 ‘충무동’으로 지은 고장만 해도 여럿이다. 부산포 앞바다 전투 승리를 기념하는 부산 서구의 충무동, 우리나라 최초로 충무공 동상이 세워진 창원시 진해구 충무동, 그리고 여수 충무동.

    여수는 전라좌수사였던 이순신 장군의 본영이 있던 곳으로 충민사, 진남관, 방답진 터 등 수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옆구리에 낀 채, 영화 ‘명량’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떠올리며 유적들을 돌아보는 것도 매우 의미 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 역사탐방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저 맛있기로 소문난 남도 먹거리들을 맛보고 바다 구경이나 실컷 하자는 지극히 속물적인 의도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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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뚝 솟은 이순신 장군 동상은 '여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상징물이다.

     

    광장에 있는 이순신 동상을 향해 묵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광장 카페에서 ‘거북선빵’, ‘동백빵’을 맛보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거북선빵은 유자의 상큼한 맛이, 동백빵은 앙금의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흔히 보는 카스텔라에 글씨 좀 새기고 가격은 껑충 올린 것 같기도 하지만, 모처럼 여행지에 온 만큼 너그럽게 눈 감아 주자.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의 본영

     유적지가 곳곳에

     

    먹거리를 맘껏 즐기기 위해서는, 적당히 허기진 상태를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날 여행 코스로는 오동도를 추천한다. 주차장에서 섬 초입까지 동백 열차나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양옆으로 탁 트인 푸른 물길을 바라보며 쭉 걸어가는 것도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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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나무 잎 모양을 닮은 섬을 오동나무 숲이 감싸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오동도. 그곳 절벽 사이에서 바라본 바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이 섬은 오동나무 잎 모양을 닮은 섬을 오동나무 숲이 감싸고 있어 ‘오동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지금은 오동나무 대신 동백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고려 말 신돈이 오동나무 숲이 왕조에 불길하다고 주장하면서 오동나무를 전부 베어버렸다는 설이 있다. 요즘 같으면 산림법위반죄로 구속되고도 남을 일이다. 하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이 작은 섬은, 울창한 나무 대신 붉고 아름다운 꽃을 가득 피워 냈다. 짭짤한 바다 내음과 어우러진 진한 꽃향기를 맡으며 섬 둘레길을 걷다 보면, 깎아지른 듯 아찔한 기암절벽 사이로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바다 경관을 맞닥뜨리게 된다.

     

    저녁 메뉴로는 여수 한정식을 추천한다. 맛있는 음식이 너무도 많아 뭘 골라야 할지 도저히 결정할 수 없는 남도에서, 갖가지 별미를 한 상에 맛볼 수 있는 선택이다. 정식 가격이 인당 4만 원. 처음에는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었는데, 널찍한 상에 차곡차곡 쌓이는 접시들을 본 순간 그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신선한 해물, 회, 육회, 문어 숙회, 낙지 탕탕이, 장뇌삼, 대하, 떡갈비, 꼬막무침 등등. 심지어 놓을 자리가 없어 접시 위에 접시가 겹겹이 쌓인다.


    맛있는 음식 너무 많아 

    무엇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도


    기나긴 코스의 정점을 찍는 건 바로 홍어삼합이다.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서울 출신인 아내와 강원도 출신인 난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홍어를 한 점씩 먹기로 했다.

     
    “가위, 바위, 보!”


    남도의 별미를 둘 다 맛보라는 하늘의 뜻인가. 1승 1패 1무다. 사이좋게 한 점씩 먹기로 한다. 수육, 김치와 함께 반투명한 홍어 한 점을 입으로 쏙 넣었는데, 음? 의외로 냄새가 강하지 않다. 조금 낯설긴 하지만 나름대로 매력적인 맛이다. 나중에 들으니, 요즘은 관광객들 입맛을 고려해 여수 식당에서도 ‘푹 삭히는’ 대신 ‘적당히 삭힌’ 홍어를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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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 케이블카 위에서 바라본 여수 시내 야경은 놓치기 아까운, 그야말로 장관이다.

     

    여수의 밤은 길다. 양껏 배를 채웠다면 이번엔 케이블카 투어 시간이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투명 케이블카는 고소공포증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놓치긴 아깝다. 장막을 드리운 것처럼 까만 밤바다에 오징어잡이 배 수십 척이 떠다니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니까.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장범준의 명곡을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은, 여수의 홍보대사나 다름없는 가수 장범준이 실은 여수 아닌 광주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럴 수가.


    까만 바다에 어선 수십 척

     ‘여수 밤바다’ 노래가 절로


    둘째 날 코스로는 향일암을 추천한다. 여수 시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넘게 이동하면 나오는 돌산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암자다. 거의 40도에 가까운 돌계단을 끝도 없이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고행이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뒤로는 금오산의 푸른 옷자락이, 앞으로는 돌산의 맑은 하늘과 매끄러운 바다가 조화를 이루며 끝없이 펼쳐진다. 산 중턱에 꼭꼭 숨듯이 자리 잡은 호젓한 암자의 운치와 낭만은 또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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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일암 올라가는 길

     

    기분 좋게 땀 흘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눈에 띄는 식당 아무 데나 들어가 여수 돌게장 백반을 시켜먹는다. 혀가 아릴 듯 짭짤한 맛에 콜레스테롤 걱정이 들지만, 그것도 잠시뿐. 따끈한 밥 한술에 게장 얹어 먹고, 게딱지에 비벼 먹고, 갓김치 곁들여 먹고, 서비스로 나온 꽃게 된장찌개에 말아 먹다 보면 ‘맛있게 먹는 게 최고’라고 합리화하게 된다. 가슴 깊이 감명받아, 평소 고마웠던 지인들에게 택배로 마구 보내주고 싶어지는 맛이다. 서울에서 먹을 땐 그 맛이 그대로 나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여수의 바다, 여수의 바람, 여수의 산, 여수의 공기. 여수의 맛은 그 모든 게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정수(精髓)다. 그러니 꼭 한 번 가보시라. 단 조심하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여행지, 여수가 바로 그런 곳이니.

     

     

    조승연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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