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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정의' 바꾸는 법개정은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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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는 최근 혼인·혈연·입양으로 맺어진 관계 외에, 비혼 동거, 노인 커플, 위탁 가정까지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고, 이들이 각종 사회제도에서 차별받지 않게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가족부장관이 5년마다 수립하는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에 담긴 내용이다. 이는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 등 상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배우자의 직계혈족·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건가법 제3조 1호는 가족의 개념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가부는 건가법에 대한 관계 부처 협의를 끝낸 후, 민법에 대한 법무부 협의를 추진하고 있고, 국회에 계류 중인 건가법 개정안은 '가족'에 대한 정의규정을 아예 삭제했다.

     

    가족의 정의를 재구성해야 할 당위로 내세우는 키워드는 '차별'과 '지원'이다. 혼인·혈연·입양과 관계없이 가족을 형성해 살고 있는 다양한 형태에 대한 차별을 제거하고, 이들에게도 각종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혼 동거, 노인 커플, 위탁 가정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막는 방법은 개별 법령을 개정하고 기존 제도를 정비하는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들고 있는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에서 차별을 없앤다"는 것은 이미 국회가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 시행 중인 사안이고, 법원도 예규를 변경해 미혼부 출생신고 서류양식까지 정비했다.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방점이 '복지의 확대'나 '차별의 종식'이 아니라, 종래의 '가족' 개념을 재구성하려는 급격한 시도란 지적이 턱없이 무리해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가족의 정의를 바꾼다는 건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혼인·혈연·입양 외에 과연 무엇으로 가족을 재구성해야 할지부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일단, 지원과 혜택 또는 탈세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각종 정부 수당 지급이나 아파트 청약 등 가족 혜택을 노린 '위장' 가족도 속출할 수밖에 없다. 또한, 비혼 동거 등 기존 법 테두리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규모가 얼마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들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기 위한 등록제도를 마련하는 일, 각종 법체계의 근간을 일일이 손보는 일은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고, 이에 필요한 국가 재정도 엄청날 것이다. 게다가, 가족이란 의식만 공유하고, 실제로 동거 정도만 해도 법적 가족으로 볼 수 있다면, 현재 논쟁이 극심한 동성결혼에 대하여도 슬그머니 교두보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히 건가법 개정안이 혼인과 출산(8조), 가족해체 예방(9조), 이혼 예방 및 이혼가정지원(31조), 건강가족교육(32조) 등을 삭제한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결혼기피 가속화', '저출산 심화', '부부 헌신도 하락'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그저 "낡고 진부한 사고"라고 몰아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가족의 정의를 바꾸는 작업은 착한 질문만 나열한 여론조사 몇 번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이 같은 매우 중요한 법안은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국회는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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