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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사법시험 부활, 공정의 부활인가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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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시는 공정하고 로스쿨은 불공정하다." 모든 걸 시험으로 결정해야 공정하다는 능력주의자들의 착각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나 엘리트들이 즐겨하는 소리다. 시험을 통해 외고나 과학고를 가고 국내외 최고 대학에 진학한 자들이니 공정하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등용문의 상징인 사시 부활, 야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부활한 이슈다. 차기 대선까지 쟁점이 될 것이다.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과 대변인단의 공개 경쟁 선발을 밝힌 걸 보니 정말 경쟁과 시험 맹신이다. 공정성이 이 시대의 최대 화두라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제공되고, 시험으로 능력이 검증되는 사시가 공정하다는 착각이 공감을 얻는다. 로스쿨 입시제도의 불공정성을 들먹이며 돈 있거나 힘 있는 자만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폄훼한다.


    로스쿨 제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입학 전형과 절차를 찬찬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왜곡된 시각을 거둘 것이다. 과연 사법시험은 공정한가. 누구나 지원해 시험 성적에 따라 합격 여부가 갈리니 일견 공정하다. 그러나 그 시험을 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예전처럼 중졸이나 고졸이 사시에 합격하는 것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로스쿨 제도가 논의될 때 사시 합격생 대부분은 대재·대졸이다. 절에 들어가 혼자 공부해서 되는 시험이 아니다. 몇 년씩 걸리는 사시 준비에 드는 실질적 비용과 기회비용은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 학원비, 생활비, 교재비 등을 치를 수 있는 자에게만 허용된 문이다. 대학에서의 법학 강의와 고시 특강도 모자라 학원에 다니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야 한다. 사법시험 장까지 가기가 불공정이자, 실질적 기회균등과 거리가 멀다.

    로스쿨도 시험으로 뽑는다. 법학적성시험 성적과 학점은 시험의 결과물이다. 물론 정성평가인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이 있지만 이것으로 당락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또 입학만 하면 법조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학점을 이수해야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학점을 이수하고도 변호사 시험이라는 좁디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50% 안팎의 합격률이다. 5번 떨어진 오탈자는 응시 기회 박탈이다. 물론 로스쿨이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있는 집 자식만 사다리에 오를 수 있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기회의 공정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사회적·경제적·신체적 취약계층 선발이라는 특별전형을 두고 있다. 입학정원의 5%에서 7%로 확대했다. 문제는 그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느냐다. 생활비가 없어 공부해야 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한다. 그들의 변시 합격률이 매우 낮은 이유다. 사시가 부활한다고 그들이 사시에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매한가지다. 고시 낭인 대신 변시 낭인만 양산하는 꼴이다. 그러니 사시 부활을 외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로스쿨에서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외면하고 경쟁만 외치면 공정은 살아날지 모르지만, 공존은 사라진다. 시험에만 내맡기면, 자유 시장의 폐해가 드러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처럼 불공정이 커진다. 누구에게나 시험의 기회가 열려 있는 형식적 공정만 쫓다 보면 시험에 최적화된 사람만 살아남는 경쟁 지옥이 되거나, 누구나 기회를 주기 위해 시험이 하향 평준화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사시 부활이 청년층의 시대 정신인 '공정'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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