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platform)' 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일까? 아니면 '플랫폼 경제(platform business)', 곧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플랫폼일까? 과거는 전자였겠지만 현재는 후자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일상 생활에서 수 많은 플랫폼을 인식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알리바바, 우버, 에어비앤비 등.
서초동의 지하철 역에 가 보면 '로톡이 추천하는…' 이라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로톡은 3900여 명의 변호사가 로톡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수의 급증에 따른 경쟁의 격화는 변호사들로 하여금 사건수임을 위한 광고에 높은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그에 따라 많은 변호사들이 법률광고 플랫폼인 로톡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로톡은 변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갈등이 빚어진 상황에서 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로톡에 참여하는 변호사에 대하여 징계를 내리겠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플랫폼 업체와 직역단체 간의 갈등은 변호사업계 만의 일은 아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 는 택시 기사들의 반발로 재판까지 간 끝에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소위 '타다 금지법'이 제정되기까지 하였고, 의사협회는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인 '강남언니'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플랫폼 경제는 사업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와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서로 연결하는 것이고, 사업자는 플랫폼 내에서 생산자와 사용자 간에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도록 함으로써 가치를 생성하고 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플랫폼 경제의 경우 플랫폼 참여자가 많을수록 매력도가 올라가고 매력도가 올라가면 더 많은 참여자를 모으게 되며, 이는 플랫폼의 지배력과 영향력을 더욱 강하게 해 주어 종국에는 독점의 문제를 가져 오게 된다. 로톡의 규모가 커질수록 로톡의 변호사들에 대한 지배력과 영향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여 변협이 변호사들의 로톡 참여를 규제하려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반면 변호사업계의 경쟁 심화로 인해 변호사들, 특히 개인변호사들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광고비를 부담하면서도 어느 정도 수임을 기대하게 해 주는 로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또한 도외시할 수는 없다. 플랫폼 경제는 IT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성장할 것이다. 법조직역이 플랫폼 경제의 예외적 영역이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변호사업무의 특성상 변호사들이 플랫폼에 종속 내지 지배되는 상황은 분명히 우려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플랫폼 경제의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이번 갈등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은 로톡 서비스가 합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법위반 여부가 아니라, 변호사 직역의 성격과 법률서비스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갈등에 또 다른 플랫폼 사업자는 웃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갈등상황에서는 항상 본질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