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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구속수사의 원칙과 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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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소법개정안을 마련,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다. 헌법 제27조 제4항과 형소법 제275의 2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있지만 이런 규정들은 직접적으로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바로 인신구속의 문제와 같은 성질의 것은 아닌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구속영장발부의 요건을 범죄혐의가 농후하냐 여부를 기준으로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또 혐의자에 대한 구속을 수사과정에서의 신병이나 증거의 확보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유죄판결전이라도 죄 값을 치룬다는 처벌의 관점에서 구속을 남용해온 것이 사실이며 이런 관행이 형소법상 구속의 요건도 아니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번에 사개추위가 여러가지 불구속수사를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구속수사의 원칙은 그 운영이 잘 되지 않으면 역시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선진국에서처럼 엄청난 중죄인도 상상을 초월하는 거금의 보석금을 납부하면 석방되는 그러한 운영을 한다면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수 있다. 사개추위의 형소법개정안은 보증금납부 외에 여러 가지 보증서의 제출등을 불구속의 담보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거액보증금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남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구속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불구속수사의 이상이지만, 한편으로 불구속수사만 강조한 잘못된 운영으로 한 사람의 중범을 놓침으로서 피해자가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것이다. 최근 대법원이 검사가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어떤 대형 부정사건의 주요 혐의자가 인도네시아로 도피하여 사건수사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비슷한 예로 볼 수 있다. 출국금지는 일종의 인신구속이다. 구속이란 사람이 신체의 장소적 이동의 자유를 강제로 제한 받는 것이므로 출국금지는 구치소에 구속수감되는 경우와는 다르다고 해도 신체의 이동범위를 국내로 강제제한 받는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구속이다.

    사개추위의 불구속수사원칙을 위한 형소법개정안은 환영하는 바이지만 그 운영을 잘하지 않으면 보증금이나 보증서의 남용, 출국금지의 소홀 등으로 ‘불구속남용’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불구속남용은 사건내용에 따라서는 온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특정 피해자들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어 평생을 고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어서 구속만이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불구속도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임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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