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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회스타그램] 오늘도 구치소 접견을 나서며

    피고인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변호사 만나는 것

    양혜인 변호사(법률사무소 은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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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카톨릭 세례명은 성녀 사비나(Savina)이다. 생일과 동일한 축일에 해당하는 성인이자, 부모님이 어릴 때 붙여주신 세례명이다. 우연찮게도 성녀 사비나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중에 감옥에 갇힌 신자들을 돌보는 데 힘쓴 부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문득 지금 내가 하는 송무 변호사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송무를 주로 수행하는 변호사로서 제일 많이 접하는 의뢰인은 흔히 이야기하는 '범죄자'이다(물론 억울한 누명을 쓴 분도 분명 있다). 온실의 화초처럼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자라온 내가 변호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경험하지 못할 '인연'인 것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고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다는데, 어쩌면 피고인은 인생에서 가장 위기의 순간이자 절박한 상황에 1대1로 나와 마주 앉아 있는 것일지 모른다. 이렇게 구속 피고인뿐만 아니라, 고소인·피고소인, 그리고 제소하거나 피소당한 원·피고 등 나의 의뢰인들은 인생에서 가장 간절하고 힘든 순간에 나를 만난다.

    변호사가 되기까지 공부하면서 변호사로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명석한 두뇌와 논리적인 글쓰기 말하기 능력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송무 변호사를 계속 하다 보니 저것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고 예민한 의뢰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봉사정신이 정말 중요하다. 힘든 생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의뢰인들이 많은 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공감하지 않는다면 서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철저하게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그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재판 과정 자체가 당사자들의 힐링 캠프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논리력은 기본

    공감능력과 봉사정신이 중요


    때로는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대신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합의를 시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피해자 입장에서는 변호사도 가해자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느껴지기 때문인지, 별별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한다. 물론 가끔은 내가 당사자도 아닌데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의뢰인을 생각해서라도 한 번 더 참아야 되는 것이다. 이때 피해자에게도 공감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대신하여야 하는 것이 송무 변호사의 숙명인 것 같다.

    솔직히 무죄 주장이 아닌 한 형량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고 변호인이 보았을 때 승산이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나에게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나의 입이 되어 나를 위하여 최대한 열심히 싸워줬을 때,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공평하다고 느낄 때, 그래야만 국선이든 사선이든 피고인도, 사회에 대한 불만 대신, 죄에 대한 벌을 아쉬운 대로 달게 받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내가 늘 의견서에 판사님께 달라고 앙망하는 '피고인이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마지막 기회'의 근간이 되는 듯하다. 일개 변호사인 내가 거창한 일을 하고 있진 않지만, 사회도 건강하게 만들고자 한 켠에서 오늘도 신생아처럼 용쓰고 있다.


    양혜인 변호사(법률사무소 은인)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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