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A와 B는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여행을 한 후 터키에서 아파트를 빌려 같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동거 중 A는 B 소유의 휴대폰과 컴퓨터를 부수고 B를 폭행하여 뼈를 부러뜨리고 피부를 담뱃불로 지지는 등 상해를 입힌 후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시키고 집에 가둔 채 한동안 굶기기도 하였다. 또한 A는 B를 성폭행하고 영상을 찍었으며, 그 영상을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겠다고 협박하였다. 터키 검찰은 A를 기소하였고 "여러 날에 걸쳐 체계적으로 벌어진 폭력 범죄는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는 행동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굴욕감을 유발했다"고 지적하며 최소 23년 7개월, 최대 46년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돌아온 피해자 B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월 7일 터키에 다시 갈 예정이라고 밝히며 "내가 직접 가지 않으면 터키에서 이 사건을 대충 다루거나, 한국으로 사건을 이관해 A씨가 더 낮은 형량을 받게 될까 두렵다"고 말하였다(서울신문 2021년 6월 29일자 기사 참고).
사건의 발생 장소가 터키라는 점을 제외하면 매년 발생하는 잔혹한 강력 사건 중의 하나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한국인인 피해자가 한국 법원이 아닌 터키 법원에서 가해자가 재판받기를 강력히 원한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법시스템 아래에서 강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일반인의 법 감정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한국인의 법의식: 법의식조사의 변화와 발전'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민참여재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고(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 80.6%, 반대 의견 19.4%) 전체적으로 재판에 있어서도 민주성과 참여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많은 국민들이 교정주의의 입장이 아닌 엄벌주의의 입장에서 중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의 손정우를 대표적인 엄벌주의 나라인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에 대하여 찬성 여론이 형성되었던 점이라든가 지난 4월 처음 본 여성을 길거리에서 납치하여 3일간 감금하고 성폭행한 사건에서 피해자의 지인이 가해자를 엄중 처벌(사형, 무기징역)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한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사법시스템을 향하여 "중죄를 중죄답게 벌하라"는 국민들의 요청이다.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 엄벌주의가 실제 범죄율을 낮추는 데에 그다지 효과가 없고 오히려 교도소 운영비용의 증가 등으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와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양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없다. 한국이 더 이상 중범죄자들에게 '형량의 피난처'가 되지 않도록 국회와 검찰, 법원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