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는 7월 15일 법관직 지원에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지나친 장기경력 요건이 원활한 신규법관 임용에 걸림돌이 되리라는 점에 관하여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관직에 지원할 우수한 인재풀을 넓히고 법원 조직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그동안 현실을 도외시하고 무리하게 법관 인사제도 개혁을 밀어붙였다가 후퇴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 2011년을 돌아보면, 제도 도입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었으나 어느 정도의 법조경력을 요구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았다. 지나치게 오랜 기간의 법조경력을 요구할 경우 각자의 직역에서 자리잡은 우수한 법조인이 법관직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으나, 결국 진정한 법조일원화를 위해서라면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이 승리했다. 그러나 막상 제도를 시행해 보니 3년, 5년 경력자 중에서 신규법관을 임용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매년 150명을 상회하던 신규법관 임용자 수가 제도 도입 이후에는 수십 명에서 100명 초반대로 떨어졌고, 겨우 39명이 임용된 해도 있었다. 7년, 10년으로 최소경력이 상향되면 이러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 예상되자, 최소경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제도 도입 당시 변호사의 경력 패턴과 법관직 지원 가능 인력의 분포, 신규법관 수요와 법관직 지원을 위한 유인책 등에 관한 실증적 분석 없이 성급하게 변화를 시도한 데 따른 결과다. 이러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예비판사 제도 또한 법조일원화 추진 과정에서, 법관의 법조경력을 높여 사법부의 신뢰를 끌어올리고 예비판사 중에서 품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만을 법관으로 선별임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규법관 인재풀이 한정되고 배석판사가 부족한 상태에서, 인력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예비판사에게 본래의 업무인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를 넘어 판결서 서명만을 제외한 배석판사 업무 일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또 예비판사 중에서 판사 임용이 거부된 예도 거의 없었다. 위헌성 시비, 유명무실화 등의 논란 속에서 예비판사 제도가 제도 도입 9년 만인 2007년 폐지되었다. 법 개정 사안은 아니나, 정착 단계의 지역법관 제도를 황제노역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폐지하였다가 2021년부터 법관 장기근무제도의 형태로 사실상 부활시킨 것 또한 유사한 예다. 법관 인사제도 개혁의 이념적 근거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현실을 외면한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앞서와 같은 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법관 인사제도의 개혁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법관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치밀한 실증적 분석을 거쳐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