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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 자문 그리고 지원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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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기업법무를 하는 변호사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비즈니스의 과정에서 법률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법적 이슈에 대한 조언이고, 또 하나는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의뢰인을 대리하는 업무이다. 전자를 자문업무, 후자를 송무업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화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일본계 기업과 일을 할 때에는 '자문'보다는 '고문(顧問)'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 자문이라는 용어보다는 좀 더 시니어 레벨의 경험을 갖춘 사람이 거시적인 관점의 조언을 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지만, 실제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변호사를 선생(先生)이라고 호칭하기는 하지만 꼭 사회적 지위에 기반하여 경의를 표시하는 의미는 아닌 것과 비슷하다.

    여하튼, '자문'이라는 용어는 애당초 자문하는 사람이 상대방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 경험과 혜안을 가질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현실과는 위화감이 느껴진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와 비즈니스 속에서 외부 변호사가 가질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의 한계는 점점 드러나고, 어느 기업이나 산업의 현안에 대하여는 그 안에서 매일같이 전투를 치르는 사람들의 고민의 깊이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슈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여러 기업의 이슈들을 다루면서 얻게 되는 마켓 인사이트 그리고 법적 논리와 전거에 관한 리서치 기능은 외부 변호사들의 강점일 수도 있지만, 고객의 문제 해결을 리드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능력자는 사실 많지 않다.

    가끔 습관적으로 쓰이는 '자문'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나는 과연 그런 말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가끔 부끄럽기도 하다. 오히려 이제는 영미에서 많이 쓰이는 법률지원(legal support)라는 용어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진정한 가치 있는 자문을 제공하기 위한 전문성을 갖추고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참 어렵다.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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