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 개혁의 대표적 상징인 국민참여재판의 실시율이 지난 해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자칫 제도 자체가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본보 8월 5일자 1면 참고). 작년 통계를 보면 국민참여재판이 한 건도 열리지 않은 법원도 있고, 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단 2건만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작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2014년 이래 재판 실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제도 자체의 문제가 있거나 법원의 제도 활성화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판절차에 국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는 문민정부 이래 계속된 사법개혁의 단골 소재였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행사하는 사법권력에 국민의 참여를 보장해 민주적 정당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종래 법원은 국민의 재판 참여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지만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 아래 국민참여재판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다. 그래서 2007년 6월에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되어 2008년 1월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고, 2012년까지 5년간 시범실시 후 성과를 분석하여 제도를 개선하여 발전시키기로 했던 것이다. 이후 법원은 내부적으로는 전담재판부를 두고 재판 실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였고 외적으로는 사법사상 최초로 TV광고를 제작하는 등 국민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국민참여재판 실시건수와 실시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갑자기 2014년부터는 그 추세가 꺾여 버렸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더라도 재판부가 배제결정을 하는 사례가 매년 급격히 증가하였고, 피고인들도 굳이 재판부가 선호하지 않는 절차를 신청하려 들지 않게 돼버린 것이다.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성과 분석과 제도 개선을 위해 2012년 출범한 국민사법참여위원회에서는 제도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해 입법안까지 마련했지만, 동력을 잃은 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돼버렸다. 작년 국회에서는 결산예비심사 과정에서 2019년 국민참여재판 실시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법원의 재판운영사업 관련 예산을 삭감하였고, 올해도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해 동안 많은 관계자들이 국민참여재판 도입과 제도 안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키려는 법원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제도 개선과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법무부와 국회의 적극적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 2012년 국민사법참여위원회의 논의에서도 드러났듯이 포괄적인 이유를 근거로 한 배제결정이 가능하고, 오직 피고인만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과 같은 부분은 법률 개정이라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모쪼록 법원은 국민참여재판 실시를 통해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일선 판사들에게 인적·물적 자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국회와 법무부 등 다른 기관을 설득해 국민참여재판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