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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아영 변호사 (웡파트너십(WongPartnership LLP))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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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이 끝났다. 시몬 바일스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몬 바일스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선수권 금메달만 19개, 리우 올림픽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체조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출전할 때마다 체조 역사를 새로 써 온 그녀였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이번 올림픽에서 그녀가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인가'에 있지 않았고 '과연 몇 개나 딸 것인가'에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 도쿄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에서 4개 종목 중 한 종목을 뛰고 난 뒤 돌연 나머지 종목을 뛰지 않겠다고 기권을 했다.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다. 그녀는 도마 종목을 뛰고 난 후에 본인이 정신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님을 자각했고,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로 나머지 경기를 뛰었다가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나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올림픽 기권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기권에 대해 내가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 부상의 '우려' 때문에 경기를 기권한다는 선택지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국가대표 경기 전후로 보도되는 '부상투혼' 미담을 익숙하게 들어 넘기던 지난 날들이 한꺼번에 부끄러워졌다. 왜 관중인 나조차도 올림픽 메달을 위한 선수들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을까.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뛰게 만들었을까. 시몬 바일스가 기권을 결정하기 위해 넘어야 했던 심리적 허들은 무엇이었을까.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어쩐지 시험공부를 할 때가 계속 생각났다. 시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합격 아니면 불합격, 두 개 밖에 없다. 수험기간 동안 생활의 나침반은 '합격'에 고정되어 있고, 그렇게 하루하루 경로를 통제해 나가면서 목표를 향한 맹목성이라는 것을 체화하게 된다. 그 배후에는 '불합격=실패'라는 등식이 있다. 수험기간 중, 특히 서른을 넘기면서 이 공포스러운 등식을 좀처럼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고, 지워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몇 년 사이 나는 보통의 삶을 놓쳤고,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목표를 세워 놓고 매진하여 성취하는 것이 내 한계의 외연을 넓히고 성장하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나답게 했던 것들, 남들과 다른 사람이게 했던 것들이 조금씩 깎여 나가기도 하는 것 같다. 꼭 스스로를 목표에 매몰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전아영 변호사 (웡파트너십(WongPartnership L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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