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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나 어릴적 꿈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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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보 김종국의 어릴 적 꿈은 너를 나만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것이었으나 저는 의외로 주위적으로 판사, 예비적으로 수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나 위 노래에 나오듯 대통령 하겠단 애들도 있었는데, 요즘엔 애들 아닌 어른인 법조인들이 대통령을 많이들 하고 싶어 하네요. 초등졸업문집에 적어낸 장래희망을 17년 후 이루고 법관 17년차에 접어들었으니 험악한 세월도 일부 있었으나 수고했다고 혼잣말을 해 봅니다. 그런데 로스쿨 교수님들 말씀이 요즘 우수한 로스쿨생들은 높은 급여가 기대되는 대형로펌을 선호하는 반면, 최소경력요건에 따라 로스쿨 졸업 직후 선택지에서 이미 빠진 판사를 나중에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네요. 그래도 LH사태 무렵 판사는 LH직원과 동급으로, 로펌 변호사는 이에 못 미치는 LH직원의 형제와 동급으로 분류하는 농담이 유행했는데, 혼자 몰래 좋아했습니다.


    법관선발은 장기간 걸쳐 진행되는데 면접에 참여한 판사들이 충분한 우수인력을 선발하는 게 쉽지 않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네요. 그래도 법률신문 사설에서 지적해서인지 경력요건을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는 개정안이 법사위 논의 중이나 일부 의원과 유관 단체의 반대의견도 있다니 지켜봐야겠습니다. 아울러 로스쿨 학생들도 기회가 되면 짧게나마 법원 실무수습도 해 보며 법원에 관심이 있으면 재판연구원도 지원해 보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법률적 분쟁의 최종단계는 결국 소송일 텐데 장차 검사, 변호사 등으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법원에서의 재판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고, 혹시 전혀 몰랐던 법원의 매력에 빠져 위 개정만 되면 얼마 후 법대에 오르는 자신을 꿈꿀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법원에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얻더라도 모든 경험이 그렇듯이 그리 나쁘지 않고요.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란 고시합격수기를 모은 책이 있었는데, 다시 태아나면 진리라는 게 없어 판단하고 결단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판사보다는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수학을 전공하여 이번 생에 졸업한 로스쿨 대신 하버드 응용계산과학원에 진학하여 판결문을 포함한 데이터 과학을 연구해보면 어떨까하는 망상에 빠져봅니다.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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