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목요일언

    국민참여재판 구하기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72501.jpg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은 효율성 면에서 세계 10위권이지만(세계은행), 사법 신뢰의 기초가 되는 사법시스템의 독립 면에서는 60위권으로 초라한 평가를 받는다(세계경제포럼).


    점점 양극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사법 신뢰는 국민이 사법권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한다. 우리 국회도 2007년에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법을 제정하기는 했지만,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충돌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타협적 입법을 했다. 즉, 피고인이 원하지 않거나 재판부가 배제결정을 한 경우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지 않도록 했고, 배심원의 유무죄와 양형에 대한 의견에는 권고적 효력만 인정했다.

    이러한 타협적 입법의 결과 피고인과 재판부 모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기피하고, 실시건수도 점차 감소하여 시행 14년 만에 '고사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 법의식 조사결과 응답자의 80%는 국민참여재판의 확대에 찬성한다.

    대부분의 사법 선진국에서는 사법 신뢰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형태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즉, 중대 범죄 사건은 필수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일반 국민은 배심원(juror) 또는 국민법관(lay judge) 형태로 참여한다. 배심원 형태의 경우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배심원 의견에 따라야 하고, 국민법관 형태의 경우 공정한 선정절차를 거친 2~5명의 일반 국민이 이른바 국민법관으로서 직업법관 1~2명과 함께 재판부를 구성하여 재판권을 행사한다.

    국민참여재판을 이대로 고사시킬 것인가, 아니면 사법 신뢰를 위한 제도로 제 기능을 다하게 할 것인가, 갈림길에 섰다. 국민참여재판이 제 기능을 다하게 하려면 중대 범죄 사건에서 필수적으로 실시하고(자백 사건 제외), 재판에 참여한 일반 국민의 의견에 기속력을 부여하는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다만, 국민의 참여 형태(배심원이냐 국민법관이냐)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데, 오랜 기간에 걸친 논쟁의 종지부를 찍은 노르웨이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노르웨이는 국민법관 형태와 배심원 형태를 혼용하다가 최근 국민법관 형태로 단일화하되 사건의 경중과 심급에 따라 참여하는 국민법관 숫자를 달리 하면서 최대한 일반 국민에게 결정권이 주어지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했다.

    국민참여재판이 사법 신뢰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자 형사절차의 핵심적 제도로서 뿌리를 내리도록 하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