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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국가란 무엇인가?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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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문화국가란?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명저 '강대국의 흥망'에서 "한 나라가 세계무대에서 한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때에는 경제력·군사력의 성장과 더불어 반드시 문화의 융성이 이루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생전에 '아름다운 문화국가'를 그토록 희구했던 것도 기실 이 같은 연유일 것이다. 이렇게 강대국의 흥망이 달린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를 단순화시켜 정의하기란 쉽지 않지만 대충 "인간들의 살아가는 주요 생활양식이자 특정 계층이나 계급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향유하는 가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문화는 인간생활의 본질로서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영역인 것이다. 한편 문화국가란 문화적 이상에 현실의 국가를 접근시켜 국가를 문화발전에 기여하게 하려는 국가이념을 가리킨다. 백범 김구가 그토록 바란 문화국가를 이룩하고 싶다고 한 날로부터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세계 속의 문화강국에 걸맞게 우리 헌법상 문화국가원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문화국가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경찰국가나 교권국가 등의 국가이념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문화적 이상에 현실의 국가를 접근시켜 국가를 문화발전에 기여하게 하려는 국가이념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정치적 자유가 불충분한 현실을 은폐하여 국가의 존재이유를 문화적인 이념으로 합리화하여 악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국가의 개념은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란 책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고틀리프 피히테(J. G. Fichte)가 처음 사용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그림(D. Grimm)에 의하여 구체화되었다고 한다. 피히테는 국가의 발전단계를 본능지배의 국가, 권위확립의 국가, 가치해소의 국가, 진리와 자유지향의 국가, 이성지배의 국가의 다섯 단계로 구분하였고, 그 중 가장 마지막 단계로서 이성지배의 국가를 문화국가라고 하였다. 한편 그림은 문화에 대한 국가의 태도에 따라 문화국가의 유형을 구분하였는데, ①문화와 국가가 완전히 분리된 이원적 모델, ②문화적 국가목적과는 다른 국가목적을 위한 국가의 문화육성모델(공리주의적 모델), ③정치적 기준에 따른 문화에 대한 국가조정모델(지도적 모델), ④문화국가를 문화적 목적 자체를 위해 국가가 문화육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문화국가적 모델과 같은 4개의 유형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문화국가 이론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립한 이는 독일의 헌법학자 에른스트 루돌프 후버교수이다. 후버교수는 단계별로 구분한 문화와 국가의 관계를 통해 문화국가가 지향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였다. 그는 문화와 국가의 관계에 관하여 "국가가 문화의 충만함을 자기 것으로 동화시킬 수 없다면, 그 곳에는 국가란 존재하지 않으며 현대 세계에서 문화국가를 위한 문화와 국가의 공동의 자기 발전이 없이는 문화도 국가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후버는 위와 같이 문화와 국가의 관계를 단계별로 나누고 있는데, ①문화의 국가로부터의 자유, ②문화에 대한 국가의 봉사, ③국가의 문화형성력, ④문화의 국가형성력, ⑤문화적 산물로서의 국가로 설명하고 있다.

    Ⅱ.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의 본질

    문화국가 원리의 규범적 성격에 관해 일반적으로 헌법 교과서와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기본원리'라고 언급하지만, 문화국가의 원리를 민주주의원리나 법치국가원리와 같이 헌법과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규정하는 '기본원리(基本原理)'로 볼 것인지, 아니면 국가에게 특정한 과제의 지속적인 이행을 요청하는 '국가목표(國家目標)'로 볼 것인지에 관해서는 서로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생각건대, 문화국가 원리는 '헌법의 기본원리'이자 '국가목표'의 성격을 모두 가지는 것(이중성)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는 우리 헌법에서 문화국가 원리를 담고 있는 기본조항으로 이해되는 헌법 제9조를 국가목표규정으로 이해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편 우리 헌법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대다수 헌법은 국가에 대하여 문화국가적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문화국가원리는 국가의 문화국가 실현에 관한 과제 내지 책임을 통하여 실현되는바 국가의 문화정책과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국가에서의 문화정책은 그 초점을 훌륭한 문화가 생겨날 있는 문화적 풍토를 조성하는 데 두어야 한다. 절대주의 국가관이 지배하던 과거에는 국가의 적극적인 문화간섭 정책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에는 국가가 어떤 문화현상에 대하여도 이를 선호하거나 우대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 불편부당의 원칙이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는 예술·학문·종교 등 인간의 내면세계에 속하는 것을 생성할 수 없으며, 문화는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생성되는 되는 것으로 국민의 정신적 생활은 국가에 의하여 조직되거나 계획되고 규율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문화국가원리에서 강조되는 점은 국가가 중립적인 견지에서 문화의 자율성과 개방성 내지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국가는 한편에서는 문화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국가를 말한다. 참고로, 현행 헌법은 문화국가를 실현하기 위하여 보장되어야 할 정신적 기본권으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들 기본권은 견해와 사상의 다양성을 그 본질로 하는 문화국가원리의 불가결의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문화국가원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전초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제로 구현하는 기능을 한다. 나아가, 문화국가원리는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도 한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상대주의·다원주의 세계관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다.

    Ⅲ. 문화국가원리의 한계

    위와 같이 문화국가원리는 국민의 문화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민주시민으로서 문화적 교양과 자질을 기르는 기회를 제공하여 민주주의가 원활히 지탱되는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화국가는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의 급부(재정지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당위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광범위한 문화형성 기능에 좌지우지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국가원리가 국가에 문화형성의 책무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형성주체는 개인과 사회로서 국가는 일방적으로 특정문화를 강제하거나 조장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가의 문화정책이나 문화형성기능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존중하는 가치중립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문화국가원리는 헌법상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즉, 국가의 문화에 대한 개입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문화의 본질 내지 특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과도한 문화급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급부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그쳐야 한다. 또한 국가의 문화적 지원과 육성은 자유권에 의하여 보장되는 문화적 생활영역의 자율성을 고려하고 존중하여 하며 문화정책은 문화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연유로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문화국가원리는 견해와 사상의 다양성을 그 본질로 하며, 이를 실현하는 국가의 문화정책은 국가가 어떠한 문화현상에 대해 선호하거나 우대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 의미에서 '불편부당의 원칙'에 따라야 하며, 정부는 문화국가실현에 관한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서 과거 문화간섭정책에서 벗어나 문화적 다양성·자율성·창조성이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도록 중립성을 지키면서 문화에 대한 지원 및 육성을 하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다만 국가의 문화적 중립성의 요청이 국가가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에 국가는 문화적 지원에 있어서 합리적 기준에 따라 계획하고 선별하고 중점과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은 문화행정은 다른 행정작용과 마찬가지로 법치행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이다.

    Ⅳ. 결론

    헌법원리로서 문화국가원리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공동화하는 것은 막고 이를 보완하는 기능과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케 하는 초석으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이에 문화국가원리를 국가목적규정이나 헌법상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전문이나 총강 내지 헌법 제9조를 개정하여 '문화국가원리'와 '문화기본권' 및 문화 자율성·다양성보장을 명시함이 상당하며, △ 이를 통해 '문화권'의 보편적 확산을 실현하여 모든 국민들에게 전(全)생애적, 전(全)범위적인 '문화복지'가 구현되도록 하며, △ 이른바, '생활문화' 정착을 통한 명실상부한 '문화의 지방분권'도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백범선생이 말했던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문화국가'로 거듭 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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