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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과 뇌피셜 사이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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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자문변호사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업무방법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이 질문을 하면, (1) 질문의 취지, 사실관계와 당사자의 의도를 조사하고, 마치 셜록 홈즈가 증거를 조사하듯 자료와 숨은 배경을 파악한다. (2) 그리고 법령, 판례, 행정해석과 실무, 나아가 최근의 동향과 정무적인 참고사항까지 철저하게 조사하여 취합한 후, (3) 답변의 방향성을 정하고 (4) 이에 따라 논리를 세워 답변을 완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답변은 마치 '마스터셰프'에 나간 주방장의 레서피처럼, 수많은 챌린지에 대응할 수 있는 탄탄한 논리로 구성되어야 한다. 맛도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2)단계를 철저히 준비해도 (3)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새로 전개되는 신산업 분야가 그렇다. 그 경우 (3)을 판단할 때 '촉'이 작동할 수 있다. 이는 전문가로서의 경험에 기반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정한 방향성에 대하여 (4)에 따라 논리를 구축할 때, 그 논리는 명확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4) 단계에서 명확한 논리가 아닌 촉에만 기대는 경우 촉이 아닌 '뇌피셜'이라고 부를 수 있다. 방향성이 정해지면 치열한 고민을 통해, 다양한 반론에 대하여 설명 가능한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그 논리의 구조가 허약하거나 고리가 빠져 있을 때, 그게 뇌피셜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뇌피셜은 초대형 로펌부터 서초동에 이르기까지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물론, 뇌피셜이 횡행하는 이유는, 논리가 허약하더라도 결국 그 로펌의 브랜드 또는 인간관계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고, 자문의 대상이 되는 법령 해석이 사법심사까지 잘 가지 않는 실무 때문일 수도 있다. 부끄럽게도 필자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기업법무 변호사로서 시니어가 되면, 핵심가치는 촉이 남는다. 경력의 무게에서 출발하는 뇌피셜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촉이 뇌피셜로 퇴화하는 순간 결국 '정신승리'만 남게 된다. 오늘도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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