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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쓴 책] '잊을 수 없는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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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도 또렷이 그 날짜와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1980년 12월 토요일 아침, 서울구치소의 사형장. 나는 검사시보로 주임검사를 따라가 사형수 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참관하였다. 그들은 모두 감옥에서 신앙을 받아들여 삶을 정리한 것 같았고, 담담히, 심지어 마지막 사람은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오히려 집행하는 교도관들이 눈물을 흘렸고, 나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과거의 죄 때문에 현재 ‘정결해진’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정당한가? 법과 인간의 가치란 무엇일까?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아내 이외의 누구에게도 이를 말할 수 없었고 가슴에 묻어 두었다. 17년이 지났을 때 문득 이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웬만큼 내 속에서 정리가 된 듯하였고, 글로 쓸 수 있었다. 나는 40대 이전에는 글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청소년 팜플렛에 쓴 글을 본 잡지사로부터 고정 칼럼 청탁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 시점이 알맞았던 것 같다. 당시에 20년 가까이 재판을 해오면서 법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하여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라는 의문을 항상 갖고 있었다. 누구나 ‘자기 삶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며 삶은 ‘대하소설’이라고 믿게 되었다. 자연히 이런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였고, 이를 통하여 사람과 사건이 정리됨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법과 재판의 불완전함, 무엇보다도 사람의 피할 수 없는 편향됨 속에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보다 좋은 재판이 가능할까? 진부하지만 답은 확실하다. 인간의 문제에 대하여 법률가들의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사건을 어떤 차원에서 보느냐에 달려있다. 사건에서 1차적으로 ‘원자료(text)’가 주어지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체를 조망하는 ‘맥락(context)’의 조명이 필수적이다. context는 보완적인 것이 아니라, text와 반드시 같이 다루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맥락의 조망 없이는 원자료를 잘못 해석하여 오류에 빠질 위험이 정말 높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얕은’ 삶의 경향이 높아지고, 보다 ‘깊은’ 맥락이 무시될 위험성이 더 커졌다. 이야기 심리학(narrative psychology), 서사 의학(narrative medicine) 등 사람을 직접 다루는 전문분야에서 ‘전체 삶의 이야기’를 중심 개념으로 삼고 있는 것도 삶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를 ‘40년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라고 붙인 것도 내가 체험한 맥락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같아서이다. 재판에는 ‘법’을 넘어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차 있다고 믿고 있다. 윤재윤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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