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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내용부인' 제도 遺憾(上)

    강백신 부장검사(서울동부지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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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로 근무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안타까운 제도가 '사경조서의 내용부인 제도'였는데, 피고인이 "사실과 달라요. 거짓말 했어요"라고 하기만 하면 그 진술의 법정 사용이 금지되는 증거법칙입니다.


    사경이 적법하게 확보한 진술도 피고인의 한마디면 물거품이 되는 것으로, 증거의 처분권을 보완책 없이 오로지 범죄자의 선의에 맡기는 것입니다.

    사경 확보 진술의 증거 사용 불가에 따른 공판의 어려움과 실무에서 접하는 일선 사경의 적법수사, 성실성 등으로 인하여 그 제도의 유효성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용부인 제도는 해방 직후 경찰 인력부족, 분단 등으로 인하여 독립투사를 변론하던 법률가들이 다수 임명된 검찰과 달리 고문을 통상 수단으로 하던 일제강점기의 순사들을 다수 채용할 수밖에 없던 경찰의 한계상황에서 불법 관행의 재발 우려로 사경피신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도입했던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의 불법으로 인하여 해방 후 사경 수사도 위법성 추정을 받았던 것으로, 위법성 추정을 전제로 오로지 피고인의 선의에 증거처분권을 맡겨두는 사법선진국가는 없는바, 우리의 서글픈 역사의 불순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한편, 법정에서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소추권자에게 '수사 단계 진술'의 증거가치는 매우 큰 것으로, 해당 증거의 '법정 활용 여부'는 소추역량과 범죄로부터 국민의 인권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그로 인하여 형사법 제정권자들은 내용부인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진정성립을 전제로 검사피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보완책을 마련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법개정으로 내용부인 제도가 검사피신에까지 확대되었는데, 그 역사적 맥락에 비추어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 또한 일제강점기의 순사와 동일 수준의 기관임을 전제하는 제도변경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현재의 경찰 수준이 순사와 비교할 수 없고 검찰은 더더욱 그러하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법개정은 우리 사회의 발전상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의 위상과 신뢰도를 부당하게 추락시켜 그 정상적 작동을 저해하는 제도변경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내용부인 제도의 확대는 사회발전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여야 할 불순물을 키운 것으로, 역사의 퇴행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강백신 부장검사(서울동부지검)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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