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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권상실청구제도 유감

    이진기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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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권상실제도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불행한 사고를 계기로 불꽃처럼 떠오른 화두이다. 이를 다루기 위하여 2020년 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상속권 상실제도 도입을 위한 TF'가 마련한 개정안(TF안)을 바탕으로 법무부가 준비한 민법개정안(정부안, 법률이름을 줄인다)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다. 정부안은 모습과 내용에서 TF안과 대체로 일치하며, 단지 조문배치를 조정하고 빠진 내용을 보완하고 대습상속을 개정하는 정도에 그친다. 정부안의 상속권상실제도를 분석·검토한다.



    I. 피상속인 유감

    상속권상실은 1.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상속권상실을 표시한 경우, 또는 2. 유언에 상속권상실에 관하여 언급이 없거나 3. 법정상속이 개시된 후 상속인들이 이를 다툴 때에 현실화된다. 1.에서 피상속인의 의사가 명확하지만, 2.와 3.은 사정을 달리한다. 그런데 법정상속에서 상속권상실을 다투는 것은 자칫 상속이 출발하는 피상속인의 의사를 왜곡할 수 있다. 피상속인의 의사를 알 수 있는 징표가 없으면 그의 의사는 '있는 그대로' 엄격하게 새겨야 한다. 하물며 재판관은 피상속인의 의사를 읽을 능력을 가진 영매가 아니다.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에서 피상속인의 상속권상실의사를 구하려는 노력은 위험한 비약이다. 상속의 기본유형이 되는 부모자녀의 관계는 애증이 교차하는 영역이므로 단언하여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객관화된 범죄사실에 기초한 상속결격과 달리,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는 일종의 '열린 개념'이다. 부양의무는 천편일률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없고 사람마다 정도를 달리한다. 그리고 양육의무 불이행의 유형도 이를 이행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경우와 예컨대 축출이혼이나 경제적 곤란 등으로 이를 할 수 없거나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 천차만별이다. 이는 때로는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소송이 상속권상실의 방법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편 상실청구의 기각사유를 열거하는 정부안 제1004조의2 제4항의 규정내용은 차라리 판결문에 적합한 과잉친절이다.

    유언에 의한 상속권상실은 유류분의 배제 또는 불인정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유언과 유류분제도의 개선을 우선하여야 한다. 엄한 요건 아래 유류분의 박탈을 인정하면 상속권상실은 자연히 존재가치를 잃고 대중의 관심에서 비켜나게 된다. 구태여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있는 것'을 다듬고 가꾸는 지혜가 아쉽다.


    Ⅱ. 공동상속인 유감

    상속권상실청구의 법제화는 "상속인의 상속인에 대한 투쟁상태"를 부르고 영속화할 수 있다. 공동상속인 사이의 불화를 기뻐할 피상속인은 없다.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인에게만 이익이 되는 대가없는 포괄승계이다. 공동상속인들은 상속인이라는 것 외에 서로에게 이해관계가 없는 법률상 중립적 지위를 가진다. 피상속인과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특정 상속인의 관계에서 그는 남이다. 그는 타인의 상속권을 다툴 권리가 없다. 유언하지 않은 피상속인을 제쳐두고 부양의무의 불이행을 빌미로 타인의 상속관계에 개입하도록 제도화하는 정부안은 비윤리적이다. 법률이 추한 재산싸움을 부추기고 물질주의를 조장하는 협력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상속권상실선고를 대습원인에서 제외하는 정부안에 따르면 그 반사효로 다른 공동상속인이나 후순위상속인이 뜻밖의 상속재산을 얻게 된다. 그뿐이다. 이처럼 범죄행위를 상속권박탈로 제재하는 상속결격과 달리, 그럴듯한 상속권상실의 껍질은 상속재산을 향한 상속인의 욕심을 숨긴다.

    정부안은 또한 부모·자식으로 형성되는 좁은 의미의 가족으로 모자라 가족평화를 도외시하고 잠재상속인군을 이루는 후순위상속인으로 전선을 넓힌다. 그런데 부양의무는 순위적이므로 부양의무와 상관없는 후순위상속인이 선순위상속인을 질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Ⅲ. '민법' 상속편체계 유감

    법률규정의 신설은 정당하고 불가피한 사유를 전제한다. 얼핏 제·개정이 긴박하게 보이지만 정작 시급하지 않거나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상속권상실의 목적은 유언자유의 확대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상속권상실에 관한 정부안 제1004조의2, 특히 범죄행위와 관련된 부분이 상속결격사유를 정한 제1004조와 겹친다. 제1004조는 상속결격효를 당연효로 하는 강행규정이다. 정부안은 이를 그대로 둔 채 범죄행위를 상속권상실의 청구원인으로 중복규정한다. 그러나 큰 것은 작은 것을 포함하므로, 상속인지위를 잃는 상속결격을 구태여 상속권상실로 다툴 이유가 없다. 상속권상실청구권에는 6월의 행사기간이 적용되나, 범죄행위의 경우 얼마든지 상속결격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이는 의미를 잃는다. 이밖에 상속포기·한정승인과 특별한정승인,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과의 관계 등 불투명한 부분을 법학과 실무에 맡기지 말고 말끔히 정비하여야 한다. 법률의 제·개정이 법체계를 파괴하고 해석과 적용에 혼란을 부르는 주역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정부안은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상속권상실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이 방식을 제1068조의 공정증서로 강제하며, 용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는 유언의 요식성과 방식에 관한 제1060조 이하의 규정체계와 어긋난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방식으로 한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Ⅳ. 법률효과 유감
    1.
    상속권상실선고의 효력: 상실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 즉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부터 상속권을 잃는다. 이는 그 이전에 권리를 취득한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이루어진 상속을 물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상실선고된 사람도 그때까지는 적법한 상속인이다. 게다가 '민법'은 제대로 된 상속재산관리제도를 알지 못한다.

    2.
    부실한 상속재산관리제도: 상실선고의 효력은 상속재산의 보전으로 담보된다. 정부안도 가정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거나 그밖의 상속재산보존·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뿐이다. 이에 관한 정부안의 규정은 임의규정이다. '처분을 명할 수 있다'는 다른 사정이 없으면, 상속권상실이 확정될 때까지 상속재산의 보존·관리가 상실청구의 대상상속인을 포함한 상속인공동체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상속권상실이 확정될 때까지 상속재산의 분할 또는 상속지분의 양도·처분이 불가능한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상속권상실의 청구가 공동상속인과 상속관계에 이해를 갖는 제3자의 권리를 방치하거나 사장하는 부작용이 예견된다. 이를 불가피한 것으로 덮어서는 아니된다. 정부안은 이를 대비하는 규정을 알지 못한다.

    3.
    대습상속: 정부안은, 혈연상속이 상속의 원칙이라는 과거의 틀에 안주하는 TF안과 달리, 상속결격과 상속권상실에 관하여 대습상속을 배제한다. 혈연상속은 유산의 귀속방법에 불과하며, 자신의 잘못으로 상속권을 박탈당한 사람의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상속권을 갖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1)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른 잔여재산의 청산이 상속이념이고 2)대습상속은 유효한 상속을 전제하여야 하며, 3)특히 상속결격에 관한 제1004조는 강행규정으로서 4)상속결격자는 상속인지위를 잃기 때문에 상속결격자의 직계비속의 대습상속을 부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상속결격을 대습상속의 사유에서 제외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반한다는 주장도 근거없다. 유언의 자유를 확대하여 피상속인의 재산권행사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갈 길이다.

    4.
    피상속인의 용서: 정부안은 상실선고의 용서를 법정한다. 용서는 피상속인이 상속권상실에 관한 권리 일체를 포기하는 행위로서 상속권상실은 용서로 효력을 잃는다. 한편 상속결격의 용서를 인정하는 TF안은 개인이 손댈 수 없는 사회의 기본가치를 담은 제103조와 충돌한다. 아무튼 용서는 규정의 실익이 거의 없다. 피상속인은 구태여 상속권을 살리지 않고 증여 또는 유증으로 같은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이를 막을 마땅한 수단도 없다.


    Ⅴ. 법률 유감
    1.
    '제·개정안' 작명 유감: 요즈음 제·개정되는 법률을 '○○○법'으로 함부로 이름짓는 경향이 지배한다. 이는 점잖지 못하고 하물며 그에 동의하는 ○○○의 의사도 확인되지 않아 사자명예훼손이다. 누구나 잊힐 권리가 있고 죽음도 이를 바꿀 수 없다. ○○○에게 불행한 가족사의 굴레를 벗겨야 한다.

    2.
    법률자격 유감: 법률의 제·개정은 쉽고 모순없는 현안의 합리적 규율을 목적으로 한다. 해석과 적용에 숙제를 남기는 제·개정은 득보다 실이 크다. 상속권상실제도는 공동상속인의 의심과 불화를 조장하고 신속히 정리하여 거래안전을 확보하여야 하는 상속관계를 도리어 소송의 장으로 옮겨 장기화한다. 또한 유산관리제도를 충실하게 보완하여야 한다.


    Ⅵ. 실천용기 유감

    법률체계, 내용과 법이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해석으로 극복하기 힘든 빈틈이 곳곳에 산재한 정부안은 시류에 부합하여 공연한 사명감을 앞세운 법안이다. 유언과 유류분의 원칙으로 돌아갈 길이 아직 열려있다. 들쑥날쑥하는 민심을 핑계삼지 말고 법이성에 터잡아 버려야 할 것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는 용기와 결단이 규율하는 마지막 영역이다.


    이진기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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