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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지방회스타그램] ‘송해공원’을 걸으며

    편성표에 의하면 ‘전국노래자랑’ 송출한 사실 없어

    배재현 변호사 (대구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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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K팝 스타'라는 프로그램을 필두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오디션 열풍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첫 방영일로부터 30년이 넘는 기간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1980년부터 시작한 최장수 오디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입니다. 전국노래자랑은 필자가 맡았던 국선변호 항소심 사건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밝혀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과 함께 2017. 5. 10.경 OO교도소 수용실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던 중 제비뽑기를 하여 나온 번호의 사람이 최우수상을 타면 등기우표를 가지는 방식으로 내기를 하였는데, 자신이 당첨되어 피고인에게 등기우표를 달라고 하니 피고인이 자신을 폭행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자와 같은 수용실에 수용되어 있던 다른 재소자 또한 원심 공판절차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하였습니다. 비록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지는 않았지만 원심 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수용실에서 수용되어 있던 다른 재소자의 법정 증언, 그리고 피해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을 증거로 채택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필자가 피고인을 처음 접견한 날, 피고인은 피해자가 주장하는 우편 내기를 한 사실이 없었고, 평소 피해자와 관계도 좋았는데 어떤 연유로 자신을 고소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밝혀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피고인의 무고함을 증명할 만한 다른 입증방법이 뚜렷이 생각나지 않았고, 다음 공판 기일에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참작을 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고, 결심을 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제2회 공판기일을 앞둔 바로 전 주말에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던 중, 전국노래자랑은 일요일에만 방영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에 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해자가 주장하는 2017년 5월 10일이 어떤 요일인지 검색하였고, 그 날은 수요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필자는 피해자의 진술과 증인의 증언의 신빙성에 대하여 의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탄핵하기 위한 증거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습니다.


    사건 이후 건입견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자 노력해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의 방송은 '보라매방송'이라는 방송국에서 송출을 하고 있고, 이에 필자는 법무부 교정본부에 정보공개요청을 하였습니다. 정보공개요청에 대한 회신이 며칠은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법무부는 그 다음날 곧바로 정보공개요청 게시판에 2017년 5월 10일자 편성표를 첨부하여 성실히 답변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편성표에 의하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사건 당일 보라매방송에서는 전국노래자랑을 송출한 사실이 없었음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필자는 그 편성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그러자 항소심 공판절차에서의 분위기는 지난 공판기일과 사뭇 달라져 있었고, 재판장님께서는 검사에게 원심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검토해 볼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그런데 검사가 피해자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어 결국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결국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게 해결된 사건이기도 하나 필자에게는 의미가 있는 사건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사실 처음 피고인을 접견하였을 당시, 재소자들에 대한 선입견, 특히 피고인이 마약사범이라는 점 때문에 그의 말을 크게 신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피고인의 무죄를 밝혀줄 수 있는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었음에도 이를 모색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후 필자는 당사자에 대한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법원에 대한 증거신청 이외에도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요청 등을 통해 입수한 증거들 또한 증거방법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점을 재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와이프와 함께 송해공원에 있는 보국사 근처 다리를 걸으며 간만에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 송해공원은 코로나로 인하여 여행도 제대로 갈 수 없는 이 시국에 꽤 괜찮은 장소인 듯 합니다.


    배재현 변호사 (대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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