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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회스타그램]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면

    오랜 지인과의 산행… 이어진 하산길 법률상담
    변호사는 지식과 용기로 타인의 빛이 될 수 있어

    이정길 변호사 (대구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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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아침 지인에게서 간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같이 등산을 가자는 청이었습니다. 주말 별다른 일도 없고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해서 흔쾌히 승낙을 했고, 유명한 산은 아니지만 근방의 작은 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산 입구에 도착해 5분 정도를 기다리는데 지인이 나타났습니다. 눈에 띄게 초췌해진 모습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지인은 오래된 친구입니다. 이전의 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어깨는 무겁게 축늘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의 연락이 뭔가 단순한 연락은 아니겠구나 짐작했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동안 운동을 안하고 회사에만 틀어박혀 있어 '저질체력'이 돼 그런지 숨이 많이 찼습니다. 힘이 너무 들어 물들기 시작한 단풍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인은 묵묵히 말없이 앞장서서 산을 올랐습니다. 오르는 내내 그의 뒷모습만을 봤습니다. 그는 가라앉은 어깨로 터벅터벅 걷는 듯도 했지만 머리만은 꼿꼿히 세워 산위 목적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젊은 날이 생각났습니다. 어려운 일에 늘 앞장서고 항상 남을 돕고자 하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간 어려운 일에 처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최근 소문으로 들은 적 있었습니다.

    나는 그가 언제 그말을 제게 풀어 놓을지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는 말이 없었습니다. 물을 준비해오지 않아 그가 자신의 물을 나누어 줄때도 그는 별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상에 올랐고, 내려다보이는 도심과 산자락의 서늘한 바람은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바위에 함께 잠시 앉아 쉬다가 그를 쳐다봤습니다. 그는 마치 석상처럼 저 멀리 아득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뭐하냐고 말을 붙였더니 머뭇거리다가 구름사이로 비추는 햇빛이 너무 아름답다고 뜬금없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풍경은 과연 그랬습니다.

    어느새 하산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려갈때도 앞장서 내려가던 그가 갑자기 어느 한 지점에 멈춰 우뚝 서있었습니다. 저는 궁금해서 요즘 무슨 일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입을 뗐고 비로소 그의 사정을 듣게 됐습니다. 나는 그제서야 그의 침묵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어렵게 말을 꺼냈을지…. 자세히 말할수는 없지만 소문대로 어떤 법률문제에 얽힌 것 같았습니다. 나는 천천히 그와 함께 걸으며 하산 내내 산중 법률상담을 해주었습니다. 그는 연신 고마워했습니다. 내려갈 때는 다소 가벼워진 듯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젊은날 언젠가 그가 남들을 도울 때 그는 누군가에게 한줄기 햇빛과도 같았습니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삶의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는 자신의 지식과 용기로 타인에게 한줄기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자 합니다.



    이정길 변호사 (대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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