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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전문 범죄'와 치유법원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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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전문 범죄'는 처벌받고 교도소 문을 나오자마자 회전문에 갇힌 것처럼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계속 들락날락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회전문 범죄의 원인이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 때문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재범률을 낮출 수 있을까? 엄벌주의는 중요한 대처방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범죄의 원인을 치료하고 피고인이 스스로 자제력을 키워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된다면 재범률은 감소할 것이다. 매서운 바람은 나그네로 하여금 옷을 당겨 입게 하고 태양은 나그네로 하여금 옷을 벗게 만든다는 우화도 있지 않은가.


    1980년대 말 미국에서 회전문 범죄에 대한 대처방안의 하나로서 시작된 '치유법원(treatment court)'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3500개가 넘는다. 치유법원은 약물이나 알코올 의존성 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자제력을 키울 수 있는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면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완수한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열리는 수료식에서 자신의 지난날을 깊이 반성하며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했는지'를 발표한다. 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바라보는 가족들은 박수를 치며 울먹인다. 가족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호소하지 못했던 또 다른 피해자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2020년 사이에 낮은 단계의 알코올 의존성 범죄로서 피해자와 합의되거나 피해가 회복된 사건 3건에 대해서 치유법원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실시됐다. 평범한 서민 가정의 아버지요 남편이었던 피고인들에게 부여된 과제는 '3개월간 금주(禁酒)와 저녁 10시까지 귀가'로 간단했지만 술에 의존적인 피고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한편으로는 가족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재판부와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받으면서 프로그램을 모두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3명의 피고인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말 변화했을까? '각자는 자신의 운명의 대장장이'라는 말처럼 변화는 피고인 스스로의 몫이다. 치유법원 프로그램은 법원이 직접 피고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치유법원이 정식으로 운영되어 회전문 범죄의 감소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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