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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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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와인은 조금 어려운 술이었다. 마시고 취하면 그만인 여느 술과 달리, 괜히 그 한 모금에서 지구의 온갖 아로마를 찾아내야 할 것 같고, 바디감이니 타닌감이니 하는 생경한 단어들로 어설픈 평가를 곁들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사람들 앞에서 와인을 골라야 할 때면 진땀을 흘리며 다짐했다. 언젠가는 제대로 와인 공부를 하고야 말리라고. 그리고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실컷 와인을 마시며 생각한다. 모르고 마셔도 참 좋은 게 와인이라고.


    유학 온 직후에는 마셔 본 와인부터 찾았다. 캘리포니아산 와인만큼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으니, 역시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경제적 판단 하에 마트에 갈 때마다 쟁여 두었다. 기억하는 와인이 바닥난 이후로는 그냥 레이블만 보고 맘에 드는 걸 고르고 있는데, 그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어제는 '오리'를 샀으니 오늘은 '말'을 사보자 하는 식의 엉성한 선택이지만 적어도 나파밸리 와인을 사면 실망할 염려는 없다.

    '파 니엔테(Far Niente) 카버네 소비뇽'도 그렇게 만난 와인이다. 나만큼 '와알못'인 남편이 오로지 레이블에 그려진 포도 넝쿨과 금테가 예쁘다는 이유로 골랐다. 마시고 보니 며칠 동안 그 맛이 떠오를 정도로 인상적이어서, 웬만하면 매번 새로운 와인을 마시기로 한 다짐을 깨고 또 찾아 마셨다. 뒤늦게 검색해 보니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유명인사들을 통해 소개된 인기 있는 와인이라는데, 워낙 무지했던 나는 그 덕분에 선입견 없이 맘에 드는 와인을 찾은 셈이다.

    그러고 보면 'Dolce Far Niente(아무 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이라는 이탈리아 표현에서 따온 'Far Niente'라는 말도 요즘 내 생활의 신조로 삼을 만하다. 이곳에서 나는 최대한 한가롭게 보내고 있다. 심심하고 가만한 날들이 끊임없이 바쁘게 동동거리다 지쳐버렸던 지난날의 나를 치유하는 듯하다. 와인조차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줄 알았던 예전의 나는 정작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매순간을 온전히 즐기면서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게 허용된 달콤한 재충전의 시간 동안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 될 것이다.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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