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법관 임용의 법조경력 하한을 정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었다. 아직도 법관의 역량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재판의 현실을 고려하면, 어떤 판사를 선발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상적으로는 연륜 있고, 당사자들의 긴 이야기에 공감하는 인간미를 가지고 있으며, 전문적인 업무 분야도 갖추고 있고, 편견 없이 공정한 판사의 모습이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좋은 판사의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일정 연차 이상의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제도는 2013년 도입되었다. 사회 경험이 더 많은,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는 것이 법 개정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의 목적과는 달리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이전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재판부당 한 달에 100건 가까운 사건이 접수되고 있는 분쟁의 법원 집중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법관이 되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재판의 효율성과 충실함을 모두 충족하기 위하여 신속한 사건 처리와 동시에 다투는 사건을 충실하게 진행하는 능력에 특화될 수밖에 없었다.
법관에 지원할 수 있는 7~10년 이상의 고년차 법조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더라도, 가정을 이룬 상태에서의 지방 근무와 경제적인 부담, 공인으로서의 제약, 해당 조직에서의 해외 연수·승진 시점 등을 모두 뿌리치고 선뜻 법관 신청을 하기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문제나 마찬가지이지만, 제도 하나만을 바꾼다고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어떤 제도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법관 선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고년차 법조인을 선발한다고 국민들이 원하는 완벽한 판사들로 가득찬 법원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가 원하는 좋은 판사의 모습 중 어떤 부분을 보아야 할지 함께 생각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와 같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사건 처리를 하는 판사의 모습인지, 아니면 인간적이고 연륜 있는 판사의 모습인지. 우리가 원하는 판사의 모습이 정하여 졌다면, 그에 맞는 법조인이 법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재판 절차와 법관 선발 제도를 같은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이 생각하게 되는 '좋은 판사'의 모습, 우리 모두가 한번쯤 고민해봤으면 한다.
권혁준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