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살 터울 동생이 있다. 국민학교 시절 부모님은 가끔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주셨다.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라고 하시면서. 어린 형제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형이 먼저 아이스크림 한 가운데 선을 그어 배당을 한다. 불만을 품은 동생이 항의 하면 배당권은 동생에게 넘어간다. 이번엔 형이 항의를 한다(그 시절 항의에는 폭력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런 다툼은 부모님의 중재로 어느 순간 마무리가 되었다. 형이 선을 그으면 동생이 어느 쪽을 먹을지 고르고, 동생이 선을 그으면 형이 어느 쪽을 먹을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선을 긋는 사람은 정확히 절반이 되게 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선택하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많아 보이는 쪽을 고르기 위해 신중해진다. 그동안 아이스크림이 녹더라도, 서로 싸우는 일은 없어졌다. 자기가 먹을 부분을 선택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선을 치우치게 그었거나 아니면 적은 쪽을 선택했거나. 부모님이 제시하신 방법은, 선을 긋거나 어느 쪽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과 그에 따라 결정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책임'이 동일한 주체에 귀속되는,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기본 원칙을 구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중인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의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송치 결정을 한 후 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하고, 검사는 기록을 검토하여 수사종결이 위법 또는 부당한 경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한 번만 요청할 수 있다(사법경찰관이 재수사를 한 후 기존의 불송치 결정을 유지하는 경우, 검사는 다시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송치 요구를 할 수 없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수사가 더 필요함에도 검사가 재수사 요청을 하지 않거나, 재수사 후에도 불송치 결정이 유지되는 경우,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할지 궁금해진다. '권한'이 있는 사법경찰관에게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요청권도 권한이라고 보고 검사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까. 묻는다면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할까.
홍완희 부장검사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