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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적 사법'과 노이슈타트(새출발)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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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범죄자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한 연구에 의하면 피해자에게는 "범죄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앞으로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용서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고 한다. 범죄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죄, 배상과 용서가 이루어진다면 재범률은 낮아지고 피해자의 안전도 보장될 수 있다.


    기존 형사사법절차에서는 범죄와 관련이 없었던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이 절차의 주체가 되어 유무죄와 양형 판단을 한다. 이에 대비하여 범죄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 즉 피해자와 범죄자, 가족들이 대화나 회합을 통해 범죄 피해를 회복하고 범죄 이전 상태로 복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회복적 사법'이라고 한다.

    유엔은 2002년 모든 회원국에게 형사사법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회복적 사법의 활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회복적 사법은 비엔나에서는 국가기관인 노이슈타트(Neu Start)가 담당하고, 뉴욕에서는 비영리단체인 세이프호라이즌이 담당하는데,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전문직 공무원인 조정관(노이슈타트) 또는 4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고 일정기간 수습까지 마친 민간 조정위원(세이프호라이즌)이 맡는다.

    우리나라에서의 회복적 사법은 소년부 판사의 화해권고제도(2007년)와 기소 전 단계 형사조정제도(2010년)에 도입됐다. 형사재판 단계에서는 장흥지원(2006년)과 부천지원(2013년)에서 시범 실시됐다. 회복적 사법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항상 화해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고등법원의 2개의 형사 항소사건(2019~2020년)에서 전문심리위원이 주관하는 회복적 사법이 진행됐는데, 첫 사건에서는 화해가 이루어졌지만 두 번째 사건은 피해자가 대화를 거부해서 진행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사건의 피고인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었다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항소기각이라는 판결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했다.

    회복적 사법은 기존 형사사법절차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다. 기존 형사사법절차에서 소외됐던 피해자가 다시 절차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인간주의적 사법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도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회복적 사법을 시행하여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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