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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회스타그램] '육아와 교육에 관한 고민'

    영유아 둔 부모들 관심은 한글 익히기보다 ‘영어’
    영어유치원 한 달 비용 150만원~200만원에 ‘난감’

    주상현 변호사(서울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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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살짜리 큰아이가 한글을 익히는 중이다. 큰아이는 받침이 들어간 어려운 글자는 못 읽지만, 쉬운 글자는 곧잘 읽는다. 며칠 전에는 같이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고 있는데 큰 아이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아빠, '내' 아파트가 뭐야?" 나와 와이프는 큰아이에게 "그런 아파트가 어디 있어?"라며 핀잔을 주고 있는데 신호등 너머로 바로 앞에 한국주택공사(LH)에서 지은 아파트가 떡 하니 서 있었고 거기에는 'LH'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나와 와이프는 순간 빵 터졌고 차 안에서 내내 웃었다.

    그런데 영유아를 둔 우리 나이 때 부모들에게는 한글 익히기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영어'이다. 나는 유치원을 다니고 있을 무렵 아버지로부터 영어를 처음 배웠다. 아버지께서는 영문과를 졸업하셔서 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셨지만, 전형적인 한국인 발음을 구사하셨다. 나는 어린 나이에도 영어 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와 아버지께서 읽어주는 발음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아버지께서 서운해 하실까 봐 굳이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다. 아버지께 배운 영어 중 지금도 기억나는 문장이 'This is a dog' 였는데, 저런 아무 의미 없는 문장을 반복해서 따라하다 보니 점점 영어가 싫어지게 되었다. 결국 나는 일명 영포자(영어포기자)가 되었고 학창 시절 내내 영어는 나를 괴롭혔다.

    다시 큰아이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내는 내게 "큰아이가 지금 언어 폭발기이니 돈을 바싹 투자해서 영어를 잡아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영유'(영어유치원)를 보내잖다. 그런데 영어유치원 비용은 한 달에 150만원에서 200만원 선이라는데 우리 형편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보였다. 영어유치원이 유행이라는 말을 익히 들어왔지만 이렇게 비쌀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와이프가 내게 "변호사 아들인데 그것도 못해줘?"라고 따졌고, 나는 매우 명료하고 확고하게 "응!"이라고 답했다(아내는 내게 뭔가 요구할 때만 나의 직업을 강조하곤 한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엄마표 영어', '아빠표 영어'를 키워드로 유튜브를 검색해 보기도 하고, 코엑스나 세텍에서 유아 교육 박람회(일명 유교전)가 열리면 시간을 내서 찾아간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교육 방식(아빠표 영어)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흠칫 놀란다. 심지어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영문과를 졸업하지도 않았고 아버지 보다도 영어 발음이 더 좋지도 않다.

    두 아이가 무엇을 해도 마냥 고맙고 예쁘다.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는데, 그럼 정말로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날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든다. 다른 회원님께서는 육아 교육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나와 같은 고민은 없으셨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주상현 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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