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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간병살인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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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강도영(가명)은 지난 11월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 받았다. 각계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원심의 징역 4년이 유지된 것이다.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간호하다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범죄, 형법상 존속살해에 해당하는 이 사건의 다른 이름은 간병살인이다.


    군입대를 위하여 휴학 중이던 피고인은 병원비를 더 이상 부담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아버지를 퇴원시키게 된다. 월세 30만원이 밀리고, 휴대전화, 도시가스가 모두 끊긴 상태에서 편의점 폐기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대소변을 받아내는 간병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세상이 너무 막막하고… 당장 나갈 돈은 많은데… 좌절감, 무능력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너무 컸습니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적고 있다. 어느 날엔가 강도영은 아버지를 외면한 채, 며칠을 울면서 보냈다. 그리고 주검을 확인하고는 119에 신고하게 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러한 비극은 22살 청년에 대한 징역형으로 끝맺었다. 아무런 해결책이 될 수 없는 형사처벌 앞에서, 알량한 법률가로서의 좌절감,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간병을 외면하는 순간 죽음에 이를 부모를 방치한 행위가 옹호될 수는 없지만, 다른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누군가 죽어야 끝나게 될 극한의 상황 속에서, 감내하기 힘든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견디며 마냥 미래의 삶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실제 더 많은 수의 간병살인은 노노(老老) 간병에서 일어나고 있다. 간병살인 후 당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형사재판에 이르지 않는 경우는 훨씬 더 많다. 그뿐 아니라 부부 사이, 형제 사이에서의 간병살인도 발생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급증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가족 간병에 대한 통계조차 없지만, 일본은 1990년대부터 준비를 하여 2005년부터는 전국 4300곳에 포괄지원센터를 두고 맞춤형 돌봄을 지원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경제력에서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복지와 인간존중의 측면에서는 한참 거리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덧붙여, 존속살해라는 이례적인 입법에 대하여도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패륜이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존속살해는 결국 효를 중심으로 하는 봉건적·유교적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족관계가 완전히 변한 이 시대에, 배우자나 직계비속을 살해하는 경우 일반살인으로 처벌하면서 직계존속을 더 중하게 취급하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973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그로 인하여 자녀까지 낳은 딸이 친부를 살해한 사건에서, 존속살인에 대한 위헌을 선언하였다. 존속살해죄의 위헌에 대하여도 일본과는 50년의 거리가 생겨 있다.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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