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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개발에 지혜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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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부가 사실심 충실화와 재판신뢰 제고를 위하여 이른바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지난 8일 제17차 정기회의를 열고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등의 안건을 논의하고 법원행정처가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여부와 도입방안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향후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하도록 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을 시작하기 전 증거조사를 먼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증거개시절차'라고도 한다. 정식 재판 전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와 서류를 공개하여야 하고, 만약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상대방의 서류제출 요청을 거부하거나 위조·변조 등의 행위를 하면 법원의 처벌과 제재를 받는다. 미국의 경우 소송당사자들이 만나 소송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 합의하도록 하여 당사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독일에서는 법원이 지정하는 전문가가 증거조사 후 이를 법원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직권주의가 가미되는 등의 차이가 있다.

    사실, 대법원이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기 전에 이미 특정 분야의 재판에 디스커버리 제도와 유사한 절차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었다. 올해 8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피고에 대하여 법규위반 및 손해액 산정에 관한 일정한 자료의 제출을 명하도록 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고, 법무부가 제정안을 낸 집단소송법에는 집단적 피해에 관한 분쟁 발생 시 소송 전 증거조사절차가 규정되어 있다. 지난 해에는 특허침해소송에서 증거확보를 위하여 전문가에 의한 사실조사제도를 도입하고 조사를 거부·방해한 경우 이를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도 있다. 증거가 일방에게 편재되어 있는 경우 타방 당사자나 법원이 그 증거를 확보하는 데 현행 민사소송법 관련 규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도움을 주지 못 한다는 비판과 반성의 결과다. 실체적 진실의 접근이 차단되어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을 터인즉, 당사자주의란 이름으로 묵고하기엔 사법불신이란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사법부가 민사소송 전반에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다. 물론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우려, 기업의 영업비밀 등이 노출되는 위험성, 디스커버리 제도를 악용한 남소의 부작용 등이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이 향후 이러한 점 등을 염두에 두고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를 통하여 우리 실정에 적합한 도입 방안과 적절한 도입 시기를 가늠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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