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관평가의 계절이다. '우수법관'에 선정돼 칭송을 받게 된 판사도 있고, 본인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어 댓글로 '뭇매'를 맞는 상황에 놓인 안타까운 동료도 나온다. "알고 보면 그런 성품을 가진 분이 아닌데…"라며 '실드'를 치고 싶은 경우도 있지만, '하위법관'으로 지목되었다는 상황 자체를 언급하는 것이 매우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뭐라 말을 보태기 어렵다.
법정에서 1년간 직접 대면해온 변호사님들이 일부러 바쁜 시간을 쪼개어 평가한 것이다. 속마음으로부터도 이를 무겁게 여기지 않는 법관이 있다고 하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어떤 평가든 경청하여 고칠 점이 있으면 고치겠다'라고 하는 것이 최선이라면, '불편하지만 엄청 신경이 쓰인다' 정도가 판사 마음속에 이는 파장의 최소한일 것이다.
변호사회의 평가결과를 근무평정 등에 반영하는 것에 관해 판사 사회에서는 아직 신중론이 대세다. 우수법관 쪽에 분류된 이들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한다(깊은 속내까지는 알 길 없지만…). 사법행정자문회의 특별위원회는 변호사회의 법관평가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보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정리해 대한변호사협회와 곧 협의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사실 지금의 법관평가는 우수법관과 하위법관이라는 양극단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언론보도 역시 실용적이기보다는 선정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오히려 그 중간을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보통(?) 법관에 대한 평가 자료가 그대로 묻혀버리는 것이 아쉽다. '좋은 재판'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참고할 만한 '알토란 같은' 서술식 평가들이 있을 법도 한데 지금으로선 딱히 받아볼 방법이 없다.
판사에게는 "너 그렇게 하면 안돼"라고 면전에서 따끔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리스크다. 다들 뒤에서만 수군거릴 뿐이다. 변호사님들이 익명으로 자유롭게 평가해준 내용을 '피드백' 차원에서 받아볼 수 있다면, 판사들이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다. 원하는 판사는 그 평가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창구를 변호사회에서 마련해주면 좋겠다.
차기현 판사 (광주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