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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체포전치주의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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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목숨을 끊었고, 불과 11일 만에 검찰 조사를 받던 김문기 개발1처장까지 죽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9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4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까지 되었는데, 그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피의자에게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며 방치한 것이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끔찍한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국회의원이었던 성완종 경남기업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한 날 새벽에 북한산에서 목을 매었고, 변창훈 검사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변호인사무실에 들렀다가 그곳 화장실에서 투신하고 말았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특히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도망도 가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이 처참한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과연 없을까.

    형사소송법상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미 체포가 된 피의자는 계속 체포된 상태에서 심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되지만 체포가 되지 않은 피의자는 심사를 받기 위해 판사가 발부한 구인영장에 의해 구인된 후 심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구인된다. 여기서 체포가 되지 않은 피의자는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때부터 구인영장에 의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직전에 구인될 때까지 비록 몸은 자유롭지만 최악의 혼돈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물론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구인영장을 발부하게 되어 있으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므로 실제 발부되지 않은 적은 없다. 따라서 위 기간 동안에 잠시 피의자가 체포나 구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피의자가 도망치거나 자살까지 하는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바로 체포할 수 있게 하여 영장실질심사를 하려면 체포를 거치게 하는 체포전치주의를 과감하게 도입하면 좋겠다.

    이와 같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서는 체포전치주의에 의해 반드시 체포가 되는 대신으로 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공소취소에서와 같이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식으로 검사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까지 도입하면 좋겠다. 현재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모르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이 검사의 대단한 권한행사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빨리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 요란했던 검찰개혁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죽음으로 진실이 덮이는 모습을 보니 참 절망스럽고, 죽음 뒤에서 웃고 있을 자를 생각하면 솔직히 고인까지도 원망스럽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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