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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무브먼트

    이정엽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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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인터넷과 정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2017년부터 블록체인법학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블록체인기술이 지구인의 부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고, 나아가 지구를 위한 사회운동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기술이 적용된 가상자산이 엄청난 가격상승을 이루어냄에 따라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돈을 벌고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다는 것은 개개인의 관점에서 볼 때 정말 중요한 문제이지만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부를 만들어내고 사회를 조직화하는 방법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인류공통의 문제, 예컨대 기후변화, 항구적인 군축, 부의 불평등, 기아, 자원과 에너지 고갈 등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주식회사 모델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고 전통적인 비영리기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공통의 목적을 위해 컴퓨터 코드에 의해 기능하는 디지털 기반 조직이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새로 탄생하고 있다. 다오(DAO, 탈중앙자율조직)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조직형태는 본점도 없고, 대표이사나 이사회도 없다. 전통적인 회사법이나 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공동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디지털네트워크에 모으고, 해당 디지털네트워크를 운영하기 위한 알고리즘과 네트워크에서 창출하는 부를 표시할 가상자산을 만든다. 다오에서는 권력을 행사하는 중앙기관이 없이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구성원들이 투표를 하고 자금을 집행한다. 인간이 가진 선의나 이념에 기반하지 않고, 경제적 보상에 의해 움직이면서도 인류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 기반 자율조직의 가능성이 블록체인기술로 열린 것이다. 지금 미성년인 세대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무렵에는 혼자서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전통적인 정치에 기대지 않고 인터넷에서 탄생하고 있는 수많은 다오에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인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블록체인무브먼트'는 이러한 사회를 실현시키려는 모든 노력을 말하는 것이고 새로운 시대정신인 '블록체이니즘'의 표현이다.



    이정엽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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