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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반포대로를 지나며

    김홍중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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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이면 첫째 아이를 데리고 반포대로를 지나 국립과천과학관에 자주 간다. 운전을 하여 반포대교를 건너 반포대로를 지나 우면산 터널을 통해 과천국립과학관으로 향한다. 강남고속터미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서울성모병원을 좌측에 두고 지나서 언덕길을 오르면, 정체가 약간 풀리며 우측에 조달청, 국립중앙도서관이 보이고 조금 더 지나면 서울고등검찰청이 좌측에, 서초경찰서, 대검찰청, 대법원이 우측에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반포대로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강남고속터미널, 신세계백화점 주변의 아파트 단지, 그리고 한강변의 거대한 신축공사 현장을 지날 때면, 돈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늦었네. 누구누구는 많이 벌었겠네. 부럽다.' 뭐 이런 생각들이다. 그런데 달리 방법이 없고 재테크에 무지하기도 해서 돈에 대한 생각은 금세 멈춘다.

    이후 오르막 길을 올라 서울성모병원, 대검찰청, 대법원을 지날 때면, 무거운 생각을 많이 한다. 재판에 대한 신뢰, 갈등에 대한 생각들이다.

    전직 대통령 중 한 분은 수감생활 중 서울성모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고, 그 때마다 그 앞에는 각종 현수막이 걸리고, 지지 인파들이, 때로는 반대 인파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대검찰청, 대법원 앞에서는 더 다양한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검사나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여 구체적인 결론을 요구하는 집회나 현수막도 있다. 긴 화환 행렬이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사람을 대신해, 차량 위의 확성기가, 또는 길가에 세워진 스피커가 열심히 노래와 의견표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법관은 물론이고 재판업무에 종사하는 모두가 진실 발견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증거의 부재 내지 편재, 증거 법칙이나 사법부의 인적, 물적 역량에 따른 제약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특정 당사자 내지 진영이 인식하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재판을 계속 하거나, 다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판은 만능이 아니다. 재판은 문명국가에서 자력구제 대신 만들어둔 분쟁해결장치에 불과하다. 분쟁해결 자체에 재판 제도의 존재의의가 있으며, 절차적 정당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내려진 재판의 결론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1월 8일 반포대로를 지났다. 서울성모병원, 대검찰청, 대법원 앞이 모처럼 한산하고 깨끗했다. 기분이 좋다.


    김홍중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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