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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자유·창의 옥죄는 과잉처벌, 헌법적 감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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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헌법이 보장하는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옥죄는 법이 줄줄이 만들어졌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했고, 중대재해처벌법도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재해 예방보다 '경영자 처벌'에 방점을 찍었다.

    근로기준법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경우 당사자 합의가 있더라도 2년 이하의 지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작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휴게, 휴일 보장 위반도 동일한 법정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 1명 이상'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부상자 2명 이상 또는 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 3명 이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인은 상당한 주의, 감독을 전제로 한 면책규정이라도 있다. 그런데, 사업주·경영책임자는 이런 조항조차 없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준수해야 할 의무의 내용이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관리체계의 구축', '관리상의 조치' 등이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 이행해야 한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없다. 국가는 명확한 형벌법규에 근거해 형벌권을 행사하고, 국민은 무엇이 처벌받는 행위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게다가 고용노동부의 설명도 귀로만 듣기 좋을 뿐, 공허하고 무의미하긴 마찬가지다. "법의 핵심은 기업 스스로 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해 현장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산업재해 발생으로 무조건 처벌하는 게 아니라,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추상적 의무만 나열해 놓고, 이걸 이행해 처벌받지 말란 게 무슨 설명이 되겠는가. 국가형벌권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후수단이지, 기업을 계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이제 형법은 도덕의 최소한이 아닌 듯하다. 소위 국민 계몽과 교육을 위한 도구로 등장하는 현실을 심심찮게 목도한다. 걸핏하면, 국민을 처벌로 위협해 각종 정책을 밀어붙이고, 눈앞의 여론만 잠재우는 걸 언제까지 견뎌내야 하는가. '모호한 금지', '강력한 처벌'로 모든 책임을 개인과 기업에 전가하는 건,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입법 포플리즘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팽배한 과잉처벌 사조는 사회적 불안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하나의 원인인 듯하다. 어느 사회이든 공동체의 가치실현은 경제, 사회, 문화정책, 그리고 결국은 정치권력의 신뢰도에 의존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신축적으로 적용하고, 법치국가적 인권보장책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자주 보이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법마다 정확히 짜인 조건 대신 느슨히 풀린 목적만 선전하고 있지 않은가.

    요즘 유감스럽게도 과도한 처벌 수준과 규정의 불명확성이 국민을 처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탄식이 거세다. 정치권이 손쉽게 만지작거리는 '엄벌카드'는 자의적 형벌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인권의 관점을 놓치기 쉽고, 법치국가적 한계선까지 침범할 수 있다. 사회정책의 최후수단이 형사정책이고, 형사정책의 최후수단이 형사처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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