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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법 이야기

    다시 격화된 미국의 낙태권 논쟁

    강병진 미국변호사 (뉴욕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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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국에서는 낙태권에 대한 논의가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다시 한번 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Roe v. Wade 사건에서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Right to abortion)를 인정하여 낙태는 합법화되었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은 헌번상 인정되는 기본적인 권리(Fundamental Right)라고 판단하였고, 이에 낙태를 금지하는 각 주의 법률들은 모두 금지되었다.


    Roe 판결 이전에는 여성의 낙태권이 인정되지 않아 낙태는 불법으로 다루어졌고, 이에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거나 낙태를 자의나 타의에 의해서 해야만 했던 여성들은 당국의 눈을 피해 은밀히 낙태를 해야 했었다. 따라서 의료 면허가 없는 자격이 없는 자에 의해서 낙태가 이루어지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낙태를 하다가 임신부나 아이가 사망하거나 해를 입게 되는 일들이 빈번했었다고 한다.

    Roe 판결은 임신한 여성은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며, 임신 기간을 3개의 기간(Three trimesters)으로 나누어 첫번째 기간에서는 낙태를 금지시킬 수 없다고 하고, 두번째 기간에서는 합리적인 규정(Reasonable health regulations)을 둘 수 있으며, 세번째 기간에서는 낙태를 금지시킬 수 있으나 임신한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예외적인 낙태를 인정하게 끔 하였다.

    이후 1992년 Planned Parenthood v. Casey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Roe 사건 판결에서 확립한 엄격한심사기준(Strict scrutiny review) 대신 과도한부담기준(Undue burden standard)을 적용하였고, 임신기간을 세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판단하는 대신 태아의 생존능력(Viability)을 기준으로 낙태 허용 여부를 판단하였다. 즉, 태아가 모체의 자궁(Uterus)을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를 전후로 하여 태아의 생존능력(Fetal viability)이 있기 전에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할 수 있으나 이후에는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예외가 있지 않는 한 낙태를 금지시킬 수 있게끔 하였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태아의 생존능력은 임신 24주를 기점으로 정해진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24주내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낙태는 단순히 법적인 문제로 그치지 않고 윤리와 종교적 이슈가 같이 결부되는 복합적인 요소가 있어서 Roe 판결 이후 낙태에 대한 옹호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에 끊임없는 논쟁이 있어왔다. 그 동안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주들은 낙태를 제한하기 위한 여러 입법적 조치들을 시도해 왔다. 낙태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정치가들은 오랫동안 연방대법원이 Roe 케이스를 번복하는 판결을 할 시점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이런 시점을 기다리기보다 일부 주의 의회는 연방대법원이 번복하는 판결을 내리면 즉시 또는 일정기간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 놓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법들은 1973년의 Roe 케이스로 인하여 효력이 없다. 이러한 법률을 Trigger Law라고 부른다. 즉, 법률은 제정되어 있으나 효력은 없고, 추후 해당 법률이 효력을 갖는데 장애가 되는 사항이 없어지면 효력이 발생되어지는 것이다. 만일 연방대법원이 1973년의 Roe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리면 Tigger Law는 효력이 발생될 수 있게 된다.

    낙태를 옹호하는 측의 주된 주장은 여성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Bodily rights)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낙태를 반대하는 측의 주된 주장은 태아(Fetus)는 인간으로 인정받고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낙태는 비윤리적이고 또한 법률로써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낙태권 논쟁이 다시 격화된 것은 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사건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심리를 하게 되면서부터 다. 이 사건은 임신 15주 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의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것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이 색채가 짙다. 2020년 9월 러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이 사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미 크로니 바렛( Amy Corny Barrett)이 대법관이 되어 연방대법원은 보수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Dobbs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판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Guttmacher Institute)에 따르면, 만일 Roe 케이스가 overturn 되면, 21개주가 낙태를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한국의 낙태 논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Dobbs 사건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 지 지켜보아야겠다.


    강병진 미국변호사 (뉴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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