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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의 법관평가, 체계화하고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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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초 변호사 단체가 법관평가 결과를 판사들에게 송부하면서 겉봉투에 표시가 없는 점, 평가를 서열화한 점, 서술형 평가의 감정적인 표현이 가감 없이 전달된 점 등을 둘러싸고 비판과 논란이 있었다. 변호사 단체의 현 법관평가 운영방식에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변호사의 법관평가는 법원 내부의 근무평정과는 별도의 독자적인 효용이 있으므로, 비판론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더욱 체계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우선 사법부 시스템 내에서는 판사가 자신의 재판을 객관화하여 자평할 기회가 희소하다. 다른 재판부의 재판을 방청하는 것도 여의치 않고, 종국률·처리율·파기율 등의 정량적인 통계수치는 각 재판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근무평정자료도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외부의 비판에서 차단되어 다년간 재판을 계속하다 보면 자신의 단점을 인식하고 고치기 어렵다. 변호사의 법관평가는 이러한 판사들에게 정문일침(頂門一鍼)이 될 수 있다.

    재판을 받아본 변호사야말로 판사가 어떻게 재판을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상급심 법원이 기록과 판결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한 것은 변호사가 직접 법정에서 경험한 것만큼 정확하지 못하다. 특히 판사의 절차진행이나 소송지휘는 기록만 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낮은 사법신뢰도는 상당 정도 절차적 불만족에 그 원인이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평가가 필요하다.

    법관 재임용 제도가 존재하는 이상 변호사의 법관평가 자료를 축적하여 법원 내부 근무평정과 함께 재임용 심사 자료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외부에서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법관이 재임용에 성공하면 법원에 대한 신뢰는 저해될 수밖에 없다. 역시 재임용 제도가 있는 일본이 2000년대 초부터 변호사의 법관평가를 인사평가권자인 재판소장에게 전달하여 재량으로 반영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참고할 만하다.

    물론 지금의 법관평가에는 변호사의 참여율 저조 및 그로 인한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대표성 저하, 지방변호사회별 평가 진행으로 인한 지역적 편차, 평가결과 전달 및 언론 공표를 둘러싼 법관의 반발과 법관 독립 침해 우려, 부당한 평가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의 결여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법행정자문회의의 요청으로 연구·제안한 법관평가기구 구성방안이 작년 12월 8일의 자문회의에서 여러 비판 끝에 통과되지 못하고 재보고하기로 된 것 또한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비록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법관평가는 열심히 한 법관에게 자긍심을 부여하고 부족한 법관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함으로써 사법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다. 대한변협과 각 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에 의한 법관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대법원은 이를 법관 인사에 적정히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법관들 또한 재판 독립 원칙이 법관의 우행(愚行)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하는 방패가 아님을 명심하고 외부의 평가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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