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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대등재판부의 단독화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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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1일자로 단행된 올해 법관인사에 따른 후속으로서 각급 법원이 법관사무분담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담당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려온 당사자로서는 재판부 변경으로 예기치 못한 재판 지연을 걱정하는 사례가 많지만, 무엇보다 대등재판부의 확대와 더불어 대등재판부의 '단독화' 경향이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은 참으로 우려할 만한 일이다.

    2011년 2월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 대등재판부를 지향하면서 처음으로 도입된 고등법원 판사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고등법원 합의부의 단독재판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고등법원 판사의 재판장 보임 확대를 위해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의 구성도 계속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서울고법의 2022년도 법관사무분담에 따르면, 고등법원 판사 3명만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15개,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7개로 서울고법의 총 54개 재판부 중 약 41%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대등재판부는 고등법원뿐만 아니라 지방법원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그런데 대등재판부에 재판장과 주심판사가 별도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재판부마다 그 운영방식이 전혀 달라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재판부는 재판장이 소송지휘를, 주심판사가 판결서 작성을 나눠 맡지만, 다른 재판부는 재판장이 소송지휘뿐 아니라 판결서 작성까지 맡는 사례도 있다. 재야에서는 소송당사자들이 변호사들에게 이번 재판부에서는 누가 판결서를 작성하는지 묻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는데, 이같이 예측가능성이 없이 대등재판부를 운영하는 게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운영방식인지, 법원이 주창하고 있는 국민에 대한 질 높은 사법서비스인지 심히 의문이다.

    특히 재판장이 판결서 작성까지 맡는 대등재판부 운영방식은 말만 대등재판부지 실제로는 단독재판과 다를 게 없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대등재판부가 등장한 초기와 달리 최근 들어 대등재판부의 단독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법조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법원조직법 제66조 1항에서는 합의심판은 헌법 및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과반수로 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재판장이 사실상 주심판사를 겸하는 경우에는 다른 재판부원이 소송기록을 검토하는 것은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아예 재판장 단독재판화를 더욱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법원조직법이 예정하고 있는 재판부 합의의 방식을 잠탈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결과가 되어 법률위반 시비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른바 취임 이래 ‘좋은 재판’을 강조해 온 김명수 대법원장 아래에서 이와 같은 대등재판부 단독화 시비가 발생하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대등재판부의 확대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단독재판화된다는 시비가 없도록 법원조직법에 따른 적절한 운영이 필요하다. 재판장과 주심판사가 분리되어 재판장은 전반적인 소송지휘를, 주심판사는 재판기록의 상세한 검토와 판결서 작성을 해 오던 종래의 재판부 운영방식은 나름대로 법원조직법에 따른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평가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등재판부의 확대로 인한 단독재판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법원의 운영이 필요한 때이다. 법원은 재판을 받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조직법의 합의방법에 따른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재판부 운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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