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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누가 대통령이 되든…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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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물로는 13번째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는 유력후보가 모두 법조인이니,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연달아 등장하는 것 또한 유력해졌다. 규범과 정의, 당위를 내세워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법조인일진대, 과연 법조인 대통령의 나라에서는 규범과 정의, 당위가 얼마나 지켜질까.


    아쉽게도 지금까지 분명한 것은 후보 간의 비방과 비난이 난무하고, 그것이 고소·고발로 이어져 사법의 영역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 공방보다는 진실 공방이 앞서면서 더 많은 이슈가 사법화되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무더기 고소·고발 취하가 이루어질 것이 뻔하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정치공방의 군불을 때는 불쏘시개가 될 터이다. 내편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정의로운 사법부에 경의를 표하다가도, 상대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는 조종이 울렸다고 애도의 뜻을 표할 것이다.

    국가의 일을 보살피고 다스리는 정치 영역에서 다양한 집단의 의견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포섭하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우리 정치에서는 다른 생각, 다른 가치를 배척하고 말살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듯 보인다. 합법으로 포장하여 상대를 제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형사처벌이어서일까, 정치의 사법화는 심각해져만 간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선거방식과 권력구조를 두는 한, 협력과 공존의 정치는 존재하기 어렵다. 질 경우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전쟁 상황에서는 승패만이 중요할 뿐,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한 선한 경쟁을 할 여유도, 그럴 이유도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실제 지지율을 훨씬 넘어선 과도한 권한을 차지하고 자리를 독점하는 순간, 취약한 정당성이 바로 약점이 되어 정권의 존립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안타깝게도 근본적인 정치개혁은 요원하고, 정치문제를 사법 영역으로 마구 쏟아내는 현상도 단기간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에서 걸러내지도, 거둬들이지도 못한 잔여물을 치워야하는 사법부는 갑갑하기만 하다. 원천적으로 정치적 공방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사건들을 놓고, 묵묵히 재판을 하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도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사법의 퇴보가 아니라 자그마한 진보라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꿈꿔본다. 정치 영역의 해결능력이 높아지고 정치의 사법화가 줄어들어, 사법의 정치적 거리두기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다양한 가치를 수렴하면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그에 적합한 판관을 선임하는 데에 정치권이 함께 노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본다.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꿈이기에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강조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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