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사설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 조속히 입법화해야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변호사 비밀유지권)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12조 4항의 기본권에 포섭되는 권리이자 적법절차의 원칙의 근간을 이루고,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변호사와의 자유로운 교통의 보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교환의 비밀보장이 필수적이다. 비밀이 보장되어야만 의뢰인과 변호사가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전적으로 공유하여 변호사가 충분한 조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 비밀유지권에 대하여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고 21대 국회에서도 조응천 의원이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을 위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597호)을 대표발의하여 현재 법사위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의뢰인의 승낙이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직무와 관련하여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교환 내용 등에 대해서는 공개, 제출 또는 열람할 것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는 재판이나 행정절차 등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법무팀이나 기업을 대리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여 기업이 법률자문을 받은 내용을 수사기관이 확보하는 사례들이 문제된 바 있고, 수사기관 이외에 각종 감독기관도 개별 법령에 따른 조사권한을 바탕으로 임의제출 형식으로 이러한 자료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실상 강제조사권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 불공정거래 관련 혐의로 기업을 조사할 때, 법무팀이 포함된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가장 먼저 찾아가서 자료를 확보하고 그 자료를 제재 근거로 사용해 왔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는 기업이 외부 또는 사내변호사에 의뢰해 서면 또는 구두로 법률자문을 받은 내용이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나 행정기관의 현장조사에서 의뢰인이 소지하는 변호사의 법적 조언 관련 문서가 아무런 제한 없이 압수되고 유죄 또는 제재의 증거로 현출되는 경우, 당해 사건에서 기업의 형사절차상의 방어권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향후 컴플라이언스 업무 등 기업 준법 경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기업이 위법행위의 파악이나 방지를 위해 외부 또는 사내변호사 등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은 내역이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로 활용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떠한 행위를 하기 전에 법률자문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사내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변호사의 전문성을 통한 소송절차의 원활한 진행,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통한 기업 위법행위의 통제, 기업의 준법 수준 상향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인정될 필요가 있다. 2018년 OECD 자료에 의하면 36개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34개 회원국이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있고, 19개 회원국이 사내변호사에 대해서도 비밀유지권을 인정한다고 하므로, 이는 국가의 사법 수준과도 관련 있는 문제이다.

    형사절차와 행정조사절차 모두에 적용되고, 사내변호사의 비밀유지권까지 인정하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조속히 입법화할 것을 촉구한다.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