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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나의 여행기] 박제형 변호사가 다녀온 전국 산의 봄여름가을겨울

    박제형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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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함께 주말이면 새벽에 출발해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산들을 1년에 60여 개 정도 봄·여름·가을·겨울 오르내리는 루틴을 가지게 된 지 4년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기회가 될 때마다 배낭을 지고 나서는 이유는 산이 주는 기운과 행복을 흠뻑 느끼는 것은 물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 땀에 절어 노곤한 몸을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을 때의 감사함, 이불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새삼스레 느끼는 일상의 편안함과 같은 기막힌 선물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감사함이 널려있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제가 아직 오르지 못한 산들도 많고 여러 번 찾아간 산들도 있지만, 늘 산을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의 산하 그 어떤 산도 명산이 아닌 곳이 없고 사계절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산행을 다녀온 후 사진을 정리하고 소박한 메모를 SNS를 통해 가까운 지인들과 나누고 있는데, 어느덧 제 삶의 일부로서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중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고 혹시 산행을 원하지 않더라도 독특한 자연환경과 역사여행까지 함께할 수 있는 철원의 명산, 금학산 산행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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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옆 헬기장에서의 점프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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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절터의 자연석에 새겨진 마애석불

    아침 일찍 철원 금학산을 다녀오려고 나섰습니다. 금학 체육공원 주차장에서 시작해 매바위에  올랐습니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철원평야는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평야 너머는 북한지역으로 분단의 현실을 다시금 체감하게 됐습니다. 매바위를 거쳐 금학산 정상에 이르자 육군 6사단 헬기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6사단의 상징인 ‘파란별 마크’에서 360도로 펼쳐지는 풍광을 즐기며 멋진 ‘점프샷’도 한 컷 남겼습니다.  이윽고 내려오는 길에선 마치 산에 파묻혀 자연과 하나가 된 것같은 마애불상과 마주쳤고, 저는 그 순간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의 무궁한 건강과 행복을 빌었습니다.  

     

    시원한 먹거리가 생각나 등산로에 새로 생긴 카페에 들러 수제팥빙수도 맛보았습니다. 기호와 날씨에 따라 따뜻하거나 시원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총장 7km, 4시간 30분에 이르는 산행이 이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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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하게 철원평야가 내려다 보이는 매바위

     

    허기가 느껴져 맛집을 검색해 점심을 먹고 소화를 위해 철원 지역의 명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꾸밈없는 모습의 신라 철불상(국보)을 모신 도피안사와 한적한 철원향교를 방문해서는 뿌리의 역사를, 뼈대만 남은 노동당사 앞에선 분단의 신산스러운 역사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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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천년고찰 도피안사

     

    또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등재된 한탄강 유역에서 은하수교를,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직탕폭포와 고석정을 찾아가 독특한 철원의 자연유산을 둘러보았습니다. 

     

    긴 하루를 보내고 나니 사막을 건너고도 남을 에너지를 받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산을 오르는 것과 사막을 건너는 것으로 비유하곤 합니다. 산은 그나마 정상을 목표로 하늘을 보고 올랐다가 아래로 내려오면 되는 것이어서 보다 명확하다고 할수 있겠지만, 사막은 끝이 보이지 않다보니 방향설정부터 어려워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는 인생과 더욱 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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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채 전면만 남아있는 조선노동당 당사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쉬어가듯, 삶에서도 쉼은 멈춤이 아니라는 것, 모래 위에서 바람을 빼듯 몸에 힘을 빼고 긴 호흡으로 묵묵히 가야 한다는 것을 이번 금학산 산행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게 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철원에 달려가고 싶어지길 바랍니다.  



    박제형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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