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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블라인드 재판?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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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인드 심사'는 채용, 선발, 공모 등 평가 과정에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신청인을 식별하는 특정 정보(학교·가족관계 등)를 배제하고 심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신청인의 식별정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선입견이나 편견 등을 배제하고 평가에 필요한 객관적 정보만을 기준으로 검토, 판단함으로써 '공정성·객관성·중립성·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신청인의 학연, 지연, 가족관계 등이 최종결정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모 법정변론 경연대회에서도 참가자는 제출하는 서면에 참가번호만 기재하고 참가 팀의 로스쿨, 인적사항 또는 이를 암시하는 정보를 기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서면의 내용만으로 평가하고 판단한다. 이렇게 블라인드 재판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참가자의 학교나 출신을 보고 발생할 수 있는 선입견, 편견이나 선호 등을 배제하여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실제 사건에서도 이러한 블라인드 재판 방식을 취한다면 어떻게 될까?(수사절차에서도 마찬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안에 관하여 "A는 B에 대하여 ~~하였다. 이와 관련된 증거로 ~~이 있다. A의 B에 대한 청구(또는 A의 유죄 여부)에 대한 결론과 그 이유는 무엇인지"라는 질문이 제시되었는데, '블라인드 재판 방식으로 내린 결론'과 '실제 재판의 결론'이 다르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재판이나 수사의 대상인 당사자가 대기업이나 재벌총수, 유력한 정치인, 기타 유명인이라서, 또는 그 대리인이 대형로펌 또는 전관변호사라서 결론이 달라진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가 있다. 심지어 "판사나 검사, 경찰이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것 또는 나중에 퇴직하고 대형로펌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눈치보는 것 아니냐" 등 노골적인 질문이나 불만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이에 대해 보통 "그럴 리 없다"라고 답을 한다. 당사자의 왜곡된 편견 또는 막연한 분노에서 나오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실이 아닐지라도 이와 같은 불평이나 의심이 계속 제기되거나 누적되는 것은 사법신뢰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법원, 검찰, 경찰뿐만 아니라 변호사에 대한 것도 포함).

    '인공지능(AI)에 의한 재판' 도입 주장이 처음 제기될 때만 해도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하는 재판에서 인공지능이 타당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되었다(1978년 방영된 미국의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라는 드라마 중 킹스필드 교수와 인공지능의 대결 장면에서는 이 같은 의문을 반영해서인지 결국 교수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SF적인 상상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에 의한 재판이라면 당사자가 누구인지, 대리인이 누구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고, 오로지 법률 규정과 확립된 법리 및 판례를 기준으로 판결의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므로 블라인드 재판 방식의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블라인드 재판이나 인공지능에 의한 재판이 당장 도입되기는 어렵겠지만, (위와 같은 취지를 고려하여) '적어도 합의부 사건에서 재판부가 변론(심리)종결 후 1차 검토단계에서 블라인드 재판에 의한 심리를 하고 이를 참고하여 최종판단을 하는 것(이중심리 방식)은 어떨까'라는 상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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