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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한줄 서기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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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컬레이터는 지하철 역사나 백화점, 쇼핑몰 등 우리의 일상 생활 공간에서 위, 아래로의 공간 이동을 더 할 수 없이 편리하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에스컬레이터를 굳이 외면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당근'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한줄 서기'라는 조금은 특이한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한줄 서기는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는데, 당시 정부에서도 타인에 대한 훌륭한 배려 문화로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한줄 서기 실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이와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우리 국민의 '빨리 빨리' 문화가 결부되면서 한줄 서기가 쉽게 정착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한줄 서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오른쪽에 서면서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려 에스컬레이터에 무리가 가면서 고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어 있는 왼쪽으로 급히 오르 내리는 사람 중 누구라도 넘어지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들이 지적되면서 한줄 서기를 버리고 두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미 익숙해진 오랜 습성과 빨리 빨리 문화와의 점착도가 높아서인지 몰라도 두줄 서기는 복원되지 못하였다. 지금은 에스컬레이터에는 걷거나 뛰지 말라는 문구만이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한줄 서기가 아닌 두줄 서기를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오른쪽에 서고 걷지는 말라는 것인지 애매하다. 합리적으로야 전자이겠지만. 지하철 역사나 철도역사의 긴 에스컬레이터 앞에서도 비워 있는 왼쪽에는 탈 생각을 하지 않고 오른쪽에 타기 위하여 길게 줄을 서고, 급할 것이 없어 보이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도 한줄 서기는 일상화되어 있다. 계단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굳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서 오르내려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에스컬레이터 한줄 서기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것 같고, 일부가 조금 빨리 오르내리는 시간절약의 이익은 있겠지만 다수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낭비의 불이익이 있는데도 한줄 서기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정책이나 제도는 한 번 만들어지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 오더라도 쉽게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이 관행화되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한 채 사회 구성원들 모두 무의식적으로 그에 따라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에스컬레이터 왼쪽을 걸어 내려가다가 넘어지거나, 한줄 서기에 따른 무게 중심 쏠림으로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나면서 많은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한줄 서기에 잠재되어 있는 재해 위험에 대해 조치를 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은 없는가? 정부는 중재재해 발생 시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을 엄벌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요소로 인해 재해가 발생하면 정부나 정책입안자도 그에 상응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 형평에 맞을 것이다. 기업에만 중대재해 예방의무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부도 정책 내재 위험요인으로부터 재해를 막아야 할 예방책임을 다해야 함을 깨닫을 필요가 있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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