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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국가정책의 조율장치 입법평가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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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입법은 국민에게 품질 좋은 행정을 위한 전제이다. 도예가가 도자기를 만들다 마음에 안 들면 이를 깨트려 버려도 되지만, 국가의 법령은 도자기와는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제·개정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은 법률로 제정되면 지속성을 갖는다. 국가정책의 입법화가 실현되면 정책에 문제가 있더라도 폐지나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새로 도입할 경우 법률에서 평가와 검토를 의무화하게 되면 법률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국가정책을 새롭게 디자인 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 정부는 입법영향분석을 위한 법령 관련 수요조사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입법영향분석의 수행기관을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정부출연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성안하여 입법예고 중에 있다. 입법영향분석의 수행기관을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한정하는 것은 기관의 성격상 법령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 제약이 있을 수 있어 입법평가의 객관성이 우려된다. 좀 더 다양한 기관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거나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입법평가와 관련하여, 독일은 2012년 '조정법(Mediationsgesetz)' 제8조에서 5년이 된 시점까지 연방정부에서 연방하원에 이 법률의 영향과 조정인 교육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는 내용의 평가(Evaluation)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의 법무부는 슈파이어에 있는 공행정연구소에 연구를 위탁하여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이 보고서는 법률적 분석, 설문조사 등 경험적 분석, 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가능한 법적 규율의 목차로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연방정부는 2017년 7월에 연방하원에 위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독일 연방변호사회 등 27개 유관 단체는 보고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한 바 있다.

    다음으로 일본은 일부 개별 법률의 부칙에서 검토(見直し)조항을 마련하여, 법률 제정시에 남겨진 과제나 장래의 상황의 변화에 대한 입법조치를 포함하여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을 강구하고 있다. 가령 재판외 분쟁해결절차의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ADR법) 부칙 제2조(검토)에서"정부는 이 법률의 시행 후 5년이 경과한 경우 법률시행의 상황에 관하여 검토하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결과에 기초한 소요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법무부는 교수, 판사, 변호사, 관련 분야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ADR법에 관한 검토회를 설치하여 인증ADR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시책 등을 포함하는 검토회 보고서를 2014년에 마련한 바 있다.

    우리의 행정기본법령상의 입법영향분석은 정부 주도하에 행정분야 법제도 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실시하는 것으로 국가정책 조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입법평가는 개별 법률에 입법평가를 하도록 의무화한 경우에 한정하여 충실하게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제·개정할 경우 독일과 일본의 입법례를 벤치마킹하여 입법평가가 명실상부하게 국가정책의 조율장치로 기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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