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서초포럼

    부모의 양육의무와 부양청구권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77835.jpg

    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자녀를 양육하지 않았던 부모가 상속인으로서 보상금을 수령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최근 유명 가수가 사망한 이후에는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과연 상속받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이와 같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가 노후에 성년이 된 자녀에게 부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실제 경험한 사건 중에 처와 어린 딸 둘을 놔두고 집을 나가서 다른 여성과 사실혼관계에서 자녀를 낳고 수십년을 살았는데, 우연히 만난 처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화가 나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딸의 근무지로 부양료를 구하는 심판청구서를 보낸 아버지가 있었다. 딸은 여섯 살때 집을 나가서 한 번도 학비는커녕 식비도 보내지 않은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왜 지급해야 하는지 묻는다. 소액의 용돈을 지급하는 선에서 종결되었지만 이 딸에게 "아버지니까"라는 대답을 법적으로 하기 어렵다. 이제는 "전통적으로 어버이를 공경하고 어버이를 부양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라고 인식되어 왔으니 비록 어버이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녀는 어버이를 부양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만약 아직도 이런 사고방식이 당연하다면 천안함이나 세월호 사건 이후 부모 노릇을 하지 않은 부모에게 상속이 개시되는 것을 비난하는 여론이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았어도 부모니까 당연히 상속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법은 여전히 부모와 자녀가 생계를 같이 하지 않더라도 상호 부양의무를 인정한다. 따라서 앞의 내용과 같이 자녀에게 양육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은 부모가 성년의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할 경우 그 청구가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되지 않는 한 부양료 지급이 명해질 것이다. 위에서 든 사건도 이런 이유로 조정되었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에 의하면, 자녀의 부모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법제 중 부모의 양육의무 위반을 이유로 자녀의 부양의무를 제한 또는 면제하는 규정을 둔 나라가 제법 된다고 한다(자세한 내용은 김수정, 양육의무를 불이행한 부모의 부양청구권 제한, 비교사법 제27권 제3호, 2020 참고). 프랑스 등 서구 유럽은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유교문화권인 대만이 이런 규정을 두었다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대만 민법 제1118-1조의 내용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에게 부양청구를 한 경우 자녀는 법원에 부모의 부양청구가 중대한 불공평에 해당한다면서 부양의무 감경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그 사정이 중대하면 부양의무를 면제할 수 있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해체되고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도 이런 내용의 입법을 이제는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