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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오늘도 걱정

    성왕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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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입적하신 보성 큰스님의 생전에 인연이 닿아 뵌 적이 있다. 법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을 아시곤, "법의 주인이 되어야겠느냐, 법의 심부름꾼이 되어야겠느냐?"라고 물으셨다.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뭐라고 법의 주인이겠는가. 당연히 심부름꾼이겠지' 생각했다가, '법의 지배는 법이 바른 법일 때에만 정당하지 않은가. 마냥 법의 심부름꾼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생각했다. 그러다 '아. 스님 말씀이니 부처님의 법을 말씀하시는 것인가. 그럼 내가 주인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 잠시 출제자의 의도를 떠올렸다가, '속세의 법이든, 부처님의 법이든, 내가 주권자이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자라면 주인이 못 될 것은 무엇인가.' 출제자가 판 함정을 의심했다. 이제 와 되돌아보면, 스님께서 대답을 기대하고 물으신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늘 질문을 받는 직업 탓인지 몰라도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머리를 굴렸던 것 같다. '답을 못하면 질문이라도 드려야 하나?' 최후의 무기를 사용하려던 차, 흔들리는 내 눈빛을 보셨던지 스님께서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셨다. 결국 남은 것은 의문뿐이다.

    벌써 10년도 넘게 지난 일이지만 스님의 말씀이 종종 떠오를 때면, 여전히 법도, 주인도, 심부름꾼도 도통 모르겠어서 답답하다. 그렇게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는 '법의 주인이거나 심부름꾼이거나, 도적만 안 되면 되는 것 아니겠나?' 쉬워 보이는 길을 찾아 나름의 도피를 감행한다. 그러나 법과 가까이 한 세월이 길어질수록 어떻게든 이용해먹고 싶고, 우리 사이에 그게 무슨 큰일인가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도적이 되지 않는 것도 그냥 되는 일은 아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흔히 법을 이용해먹는 도적떼를 '법비(法匪)'라고 하는데, 도적 중에 제일 괘씸한 도적이라고들 한다. 다른 '비(匪)'는 법에 따라 처벌이라도 받지만, 법비는 법이 어찌할 수도 없기 때문이란다. 제일로 나쁜 도적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오늘도 걱정이다.


    성왕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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