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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법관대표회의의 법관인사 문제제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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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얼마 전 법관대표 10인 이상의 요청으로 법원행정처에 '법관인사 관련 질의사항'을 공식 송부했다. 질의의 요지는, 이미 2년간 재임한 일부 법원장을 3년째 유임시키고, 법원장 추천제 대상인 모 법원장을 투표 없이 임명하고, 지방에서 지원장 임기를 마친 부장판사를 바로 서울중앙지법에 발령하는 등 인사원칙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 대하여 그 사유를 묻는 것이었다. 4월 11일 개최된 법관대표회의에 출석한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답변은 기존의 인사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거나 개별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기 어렵다는 원론적 내용에 그쳤다. 비록 회의에서 법관인사 문제가 바로 안건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공식 질의가 행해질 수 있는 정족수를 채웠다는 점에서 다수 법관들이 사안을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법관인사의 가장 큰 장점은 원칙에 따른 인사와 그로 인한 예측가능성이었다. 근무기간과 지역, 사무분담 변경에 관한 원칙이 큰 틀에서 확립되어 있고 원칙이 변경되더라도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법관들은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었다. 또한 재판부의 인사이동이나 사무분담 변경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외부의 영향에 의해 재판부가 유임되거나 전보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법원장 임기 2년의 인사관행에서 벗어나 중요 사건을 관할하는 일부 법원장만을 3년째 유임시키거나,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을 심리하는 특정 재판부의 재판장을 사무분담 최대 3년 원칙에도 불구하고 4년 또는 6년까지 재임시킨 사례가 등장하면서, 그 사유에 관한 여러 의혹이 야기되고 코드인사라는 비판까지 가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예외적인 인사가 사법신뢰에 미치는 악영향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꼭 정치적인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법원이 스스로 인사원칙을 깨뜨린 사례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법원장 추천제를 실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추천된 복수 후보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을 법원장으로 임명하거나 추천제 대상 법원임에도 아예 선거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논란이 많은 법원장 추천제에 대한 법원 구성원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또 법원행정처는 전년도에 절차대로 유학 신청을 하지 않은 모 판사를 전격적으로 당해 연도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발함으로써, 유학을 준비하는 젊은 판사들을 분노케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2월 정기인사에서는 법관 전보인사 과정에서 전심관여 문제나 인사 불희망을 간과함으로써 이미 낸 인사발령을 도로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법관 인사의 투명성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투쟁의 결과다. 원칙에서 벗어난 자의적인 인사가 행해질 때마다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흔들리고 사법부 내부 구성원의 사기도 땅에 떨어진다. 대법원의 엄중한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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