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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상속변호사의 꿈

    김상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트리니티)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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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의 상속전문변호사 '벤'은 부유한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승계를 도와주며 많은 돈을 버는 성공한 변호사이다. 벤은 원래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이웃집에 사는 사진작가 게리와 불륜에 빠진 것을 알게 된다. 벤은 게리의 집에 찾아가 말싸움을 벌이던 중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한다. 벤은 게리의 시신을 숨기고 몬태나로 도망친 후 게리로 위장하여 살면서 젊은 시절에 접었던 사진작가의 꿈을 펼치게 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인기소설 '빅픽쳐'의 초반 줄거리이다.


    나 역시 상속분야를 주된 업무로 하는 변호사이지만, 원래 꿈은 변호사가 아니었다. 심지어 법대에 들어가서도 법조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원래 기자, 특히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 음악, 공연 등을 마음껏 즐기면서 그에 관한 글을 쓰는 직업이야말로 너무나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세상 물정을 알고 난 후에는 기자보다는 방송국 피디, 특히 라디오 방송국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맡는 피디가 되고 싶었다. 청취율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하루 종일 내가 듣고 싶은 음악만 골라 들으면서 월급이 나오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 직업이란 말인가?

    그러나 결국 어쩌다 보니 변호사가 되었고,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을 것이 없음을 깨달은 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이 상속받는 것을 도와주며 돈을 버는 상속변호사가 되었다. 이제 나의 소박한 꿈은, 아주 부유하면서도 법률비용을 전혀 아끼지 않는 '고매한 인격자'를 의뢰인으로 두는 것이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문화부 기자나 방송국 피디를 제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꿈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 만큼, 아주 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도 혼자서 미술관이나 갤러리, 콘서트홀을 어슬렁거리는 나는 아무래도 몽유병 환자인 모양이다.


    김상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트리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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