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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 읽어주는 변호사

    [책 읽어주는 변호사] 세상을 다채롭게 보는 방법: 내 안의 편견 덜어내기

    다채로운 일상 : 어느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다채롬 지음, 윤정원 감수, 돌베개 펴냄)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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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성소수자 중 트랜스젠더는 내게 아직 낯설다. 게이나 레즈비언의 경우 예전에 비해 주변에서 커밍아웃한 이들을 만나는 일이 없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한다(물론 그럼에도 이들은 사회에서 여전히 소수자이고, 여전히 수많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에 비해 트랜스젠더는 어쩐지 일상에서 잘 안보이는 느낌이다.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3월 31일)이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아직 트랜스젠더는 사회에서 가시화가 덜 된 상황인 것 같다. 당연히 이는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차별과 혐오를 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해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 하사와 녹색당의 김기홍 활동가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그 전 해에는 법적으로 성별 정정까지 마친 트랜스젠더 여성이 어느 여대에 합격했으나, 학내 구성원의 반발로 결국 입학을 포기하는 일이 있었다.

    이렇듯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내게는 여전히 조금은 낯설기에 이들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또 혹시나 내가 일상에서 이들을 알게 모르게 만났을 때 혹시나 부적절한 말을 하지는 않을까 싶어 조심해야 할 사항들을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어느 트랜스젠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다채로운 일상'을 읽게 됐다. 특히 이 책은 그림 에세이여서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

    글쓴이는 '다채롬'이라는 가명의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다채로운 그림을 그리고, 다채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자신은 자는 걸 좋아하고 잔잔한 피아노 곡을 즐겨 들으며,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라고 한다. 트랜스젠더이기도 한데, 이는 앞서 이야기한 본인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트랜스젠더라는 점이 알려지면, 그 사실만이 부각되어 그 사람은 마치 외계인 같은 별종이 되고 마는데, 우리가 남성이고 여성인 점이 우리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누군가가 트랜스젠더라고 할 때 그 사실에 특별히 과도하게 집중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스스로를 트랜스젠더로 받아들이고 이를 긍정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마도 많은 시스젠더(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트랜스젠더에 대비되는 개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글쓴이에 따르면, 많은 트랜스젠더는 성장하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자각한다. 이는 강렬한 '불일치감'인데, 뭔가 기분 나쁜 위화감이라고 한다. 글쓴이 역시 이러한 느낌이 어린 시절부터 따라다녔고, 교회에 다녔던 글쓴이의 기도 주제는 늘 자신이 어딘가 이상하니 제발 고쳐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연히 고쳐지지 않았고, 이러한 위화감은 계속되었다. 한동안은 그림 그리기와 같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불편감을 애써 잊으며 끊임 없이 '괜찮아지겠지' 하며 자기 암시를 했다. 그러다가 2차 성징이 일어나자, 글쓴이는 본인의 몸을 참을 수 없이 끔찍하게 느꼈다. 글쓴이는 거울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학교에서 출석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등 목소리도 내지 않게 되었다. 좋아하던 그림도 손을 놓게 되었고 하루하루가 그저 끔찍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일단은 그냥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라고 애써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하루하루를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결국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불안했다. 그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자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정확히 알지 못했고 오히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를 생각하며 막연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건 겨우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긍정하는 것은, 내겐 전혀 다른 문제로 다가왔다."(87쪽)

    "나는 호기심 반, 역설적이게도 내가 트랜스젠더임을 부정하기 위한 마음 반으로 트랜스젠더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88쪽)


    글쓴이는 호기심 반,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부정하기 위한 마음 반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는데, 관련된 글과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히려 공감했고, 용기를 얻었으며,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다. 그동안 알 수 없는 불일치감으로 괴로웠던 것들이 퍼즐 맞춰지는 것 같았고,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긍정받은 기쁨을 느꼈다.

    트랜스젠더조차 본인이 트랜스젠더임을 자각하기 전에는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이 흔히 트랜스젠더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역시 트랜스젠더는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있는 것' 혹은 '존재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글쓴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본인이 이 세상에 트랜스젠더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트랜스젠더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심리적 고통이 있었음은 물론이고, 애초에 되고 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기에 트랜스젠더가 '되지 않기'는 가능하지 않았다. 글쓴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냥 그대로 있어 왔을 뿐이다.

    책에는 이렇게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자각하게 되는 이야기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연애했던 경험, 어머니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과정, 트랜지션 과정(호르몬 치료, 성별적합수술 등의 의료적인 과정을 포함하여 트랜스젠더가 사회적인 성별을 바꾸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함)을 자세히 담고 있다. 그리고 꽤 많은 분량의 부록이 있는데, 여기에는 Q&A 방식으로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여러 개념에 대한 설명, 트랜스젠더에게 해서는 안 될 표현,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해 등 시스젠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법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제각기 다른 빛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은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을 거에요. 지금 당신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나요? 이렇게나 다채로운 세상에서 다채로운 일상을 살아갈 준비, 되셨나요?"(311~313쪽)

    글쓴이는 본래 꽃에 특별히 관심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꽃 선물을 받았을 때 난감했었는데, 이왕 받은 거 한번 키워보자 하면서 꽃과 가까워지고 결국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자신이 혹시 이렇게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 중 지나쳐버린 것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하며, 마음 속 편견을 조금만 덜어낸다면 어쩌면 여태껏 보지 못한 세상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두려움과 경계심은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글쓴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어쩌면 세상을 다채롭게 만드는 방법은 내 안에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지나친 것들, 내가 모른 척하던 것들에 관심을 갖고 나의 편견을 덜어낸다면 이 세상이 훨씬 다채로워질 것 같다.

    이 책은 학술적인 내용을 담은 이론서도 아니고, 운동적 성격을 갖는 투쟁적인 글도 아닌, 그저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자신이 트랜스젠더로 살아온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편하게 트랜스젠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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