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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자의 위상을 회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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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입법화되었다. 머지 않아 야당이 될 운명인 민주당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차대한 법안들이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속전속결 처리되었다. 검찰청법 일부개정안은 지난 달 30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은 지난 3일 각각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사태와 같이 국회에서 자행되는 다수당의 독주를 막을 법적·외부적 견제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소를 통한 임시적 구제절차다.

     
    우선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대통령이 여당이 주도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였음에도 대통령은 3일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고 두 법률 개정안에 대한 공포안을 의결하였다.

     
    헌재를 통한 임시적 구제절차로는 헌재의 가처분 권한을 들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권한쟁의심판과 정당해산심판 등에 가처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고(제57조, 제65조), 그 밖의 심판절차에서도 본안심판의 실효성과 잠정적 권리구제를 위하여 가처분이 허용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헌재는 긴급성, 회복되기 어려운 손해 등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쟁점 사안에 대하여 가처분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헌재가 과연 가처분 결정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왔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국회 권한의 유무 및 범위에 관하여는 가처분 권한을 행사한 경우는 전무하다. 돌이켜 보면 이번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안건조정위원회에서의 절차적 위법성은 적나라하다. 국회의장은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한 후 민주당을 위장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보임하고, 법제사법위원장은 그를 안건조정위원으로 보임함으로써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는 입법취지를 무력화시켜 버렸다. 이로써 안건조정위원회는 개회 직후 안건에 대한 심의나 조정 논의 없이 14분 만에 조정을 종결하였다. 국민의힘은 그 즉시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하여 헌재에 가처분신청을 제출하면서 민주당의 행태는 헌재가 2020년 5월 27일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의 목적과 실질적 안건심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결정(2019헌라5)에 명백히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헌재는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헌재가 묵묵부답인 동안 법안들은 본회의를 통과하여 가처분 신청은 그 실익이 상실되어 버렸다. 법원이 기한이 있는 사건의 민사·행정 소송절차에서 가처분신청을 접수하면 조속히 심리를 개시하거나 결정을 하는 경우와 크게 대비된다. 입법부의 자율을 존중하고 정치적 사안에 개입을 자제하려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헌법수호자로서 헌법 질서를 유지하고 선언해야 하는 헌재의 위상을 감안하면, 국회의 명백한 절차 위반조차도 지적하지 못하는 이 같은 소극적인 자세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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