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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법률 문언 무시한 사법판단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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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대법원이 '동성 군인이 합의하여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를 하는 경우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도3047)을 선고했다. 다수의견은 "군형법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라고 덧붙이고,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법원이 마땅치 않은 규정을 털어내기 위하여 성문의 형벌법규를 무시하고 해석을 통하여 살아 있는 법률을 사문화시키는 것은 법관의 법률에 대한 구속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해석론"이라는 강한 반대의견을 냈다.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복무관계는 합의를 위장한 강요 등에 의한 성행위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구성요건적 수단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법률해석의 원리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다수의견과 같이 '사적 공간인지 여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형벌 법규의 적용 여부를 달리하는 해석은 법원이 법률 문언에 없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하면서도 "합의 여부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을 넘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별개의견도 있다. 현행 규정의 본질적, 핵심적 요소를 변경하는 법률의 일부 폐지에 해당하여 찬성할 수 없다는 견해다.

    법원이 법해석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입법기관의 법개정'을 대신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반대의견은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소보다 한발 앞서 정치적 형성의 주체인 입법자의 역할까지 담당하려고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취지에 명백하게 어긋난다. 더욱이, 아직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관하여 몇 명의 대법관이 '보편타당한 규범'인지 여부를 선언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태도다. 섣부른 판단 대신 좀 더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사법 엘리트들의 오만이란 비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법률 문언을 무시한 사법판단까지 동원하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려는 사법적극주의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은 미래를 선도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의견이 지적하듯이 실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 전반의 시민들이 전문가의 연구 등을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헌법과 법률이 마련한 정당한 입법절차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의 형태'로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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