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독자마당, 수필, 기타

    [#지방회스타그램] '킹(King)받네'

    '킹~'은 최고 지위한 의미서 파생된 인터넷 신조어
    ‘킹수갓박’은 최근 ‘검수완박’ 사태 희화화한 것

    박진호 변호사(인천회)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78538.jpg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소 이상한 표현을 본 적 있다. '킹받는다'는 것이다. 게시물의 내용을 살펴보면 열이 받는다, 화가 났다는 이야긴데 이를 두고 '킹받는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궁금해져서 유래를 찾아 봤다. 이에 관해 여러 가설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납득이 됐던 것은 'king'이 갖는 최고 지위의 의미가 기존의 '열받다'와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말이라는 설이었다. 이에 따르면 '킹받았다'는 것은 즉 '보통 열 받은게 아니라 매우 열받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열받는다라는 말에서 제일 핵심적인 부분인 '열'이 왜 탈락하고 '킹'이 남았는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킹 열받는다'보다는 '킹받는다'고 하는 편이 경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킹은 해당 어구의 의미상 핵심적인 부분에 붙어 이를 강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부분을 대체하기도 하면서 사용되고 있었다.

    좀더 찾아봤더니 용례를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솔직히를 '킹직히', '갓직히'로('매우 솔직하게'), 손흥민 선수를 '킹흥민', '갓흥민' 선수로 표현하는 것 따위다('갓'은 '킹'보다 한발 더 나아가 'God' 즉 신(神)으로 '킹'보다 더욱 과장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그 중 내 눈길을 끈 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킹수갓박'이었다.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으나 이내 그말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검수완박'이다. 그렇다면 검수완박을 '킹수갓박'으로 추켜세우는 말일까. 화자의 뉘앙스를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검수완박 입법의 절차와 내용상의 문제점을 조롱하는 태도였다. 분명 파악하기로는 킹과 갓은 사물과 사태를 대단히 강조하는 표현인데 오히려 희화화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보니 순간 의아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무언가 일을 그르친 사람에 대해 빈정댈때 "잘한다 잘해"라고 하지 않던가. 이 말을 지은 이는 '검수완박'을 두고 "얼씨구 잘한다 잘해"라고 조롱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보면 어떤 이들에게는 검수완박은 정말로 원래 용법대로의 '킹수갓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대체로 서있는 자리와 입장에 달려있다.

    이미 생겨난 것은 생겨난 것이므로 잘 가꿔나가자는 말도, 한편 시작부터 글렀기 때문에 모두 엎어야 한다는 말도 모두 나름의 일리는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원래 일리있음과 일리있음이 맞붙어 싸우며 서로를 어이없다고 삿대질하는 세계다. 그곳에 뛰어들어 말을 보태기 보다는 그냥 바라보는 것이 내겐 더 낫다. 다만 말이 가진 힘과 말을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박진호 변호사(인천회)

    최근 많이 본 기사